찰나의 순간에 영원을 담아라

2024. 7. 27. 13:19<사람 사이에도 꽃이 핀다>

 

찰나의 순간에 영원을 담아라
 
 
멀리 움직일 수가 없구나
머리에서 발끝까지
몸이 예전같지 않은 탓인가
산정에 홀로 선
나무처럼 제 자리에서
노동의 대지에 깊이
뿌리내리고 버텨야 하나
 
저 한라에서 백두까지
굽이쳐 가리라던 꿈마저
버릴 수야 없거늘
온몸으로 세파 맞으며
뼈와 살에 새기듯
추억을 시로 기록하는 날
내 지나온 길을
찬찬히 둘러보아라
 
시를 품고 살아온 세월
다시 한번 날자
대열 속에 뛰어들고 싶건만
지금은 한발짝 물러서서
현장 밖에 서 있구나
기억하는 방식이
어젯날과 달라졌을 뿐
 
그래도 우리 갈 길은 간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만나는 사람들
웃으며 인사나누어라
이글거리는 태양도
달아오르는 대지도
뿌리깊은 나무 꺾지 못하리
길 위의 꽃들을 노래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