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말하는 심사를 뉘 알까

2020. 3. 31. 21:02제2부· 서러운 사람들의 하루




땅과 말하는 심사를 뉘 알까



벚꽃이 바람결에 날리는

산중 뙈기텃밭에서

쇠스랑으로 땅 일구는

집사람 명자꽃은

합천 가야산 아래 농촌 출신

고추수숫대로 울타리를

두르고 대나무로

경계를 표시한 저 텃밭에

상추라도 심겠다고

회원골 약수터 왔다가

개구쟁이 밥주고

흙을 파헤쳐 고르는

그 마음이 애틋하여라

장삿일에 고단한 몸

봄빛을 받으면

잠시나마 나아지려나

작은 풀꽃들 고운 산길가

땅과 말하는 심사를

뉘라서 알아주리오마는

저 텃밭 하나 소중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