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에서 광주로 타오른 그해

2019. 9. 25. 06:1514부· 내일 위한 오늘에




부마에서 광주로 타오른 그해



40년 전 그해의 옛 기억이

되살아오는 가을밤

나는 먼 섬마을 중학교

국어교사였어라

마산 창동사거리에서

그날 부마항쟁에 뛰어들었고

자정이 넘도록 싸웠네


시 한 편에 긴급조치 9호로

구속되었던 전과 탓에

집으로 형사들이

나를 잡으러 왔댔지만

어머니 기지 덕에

아무 일 없이 넘어갔어라


김재규의사의 10.26 거사가

없었다면 다 어찌 됐을까

학교로 돌아갔을 때

학생들의 환호도

정상출근도 없었을 터

불안한 예감은

12.12 쿠데타로 이어졌고


살인마 전두환 신군부 등장

그리고 80년 핏빛 광주

민주화항쟁이 진압된 이후

나는 현실불만교사로

낙인찍힌 채

섬마을을 떠나야만 했네


돌아보면 부마에서 광주로

다시 유월로 통일로

타올랐던 저항의 그 시절

목숨을 걸고

청년문학도는 시를 썼고

항쟁의 거리에서

온몸으로 젊음을 보내었어라


촛불정부의 국가기념일 지정

축하식 광장에서

정태춘의 40년 전 노래인

시인의 마을을 들으며 

소리쳐 부르고 싶어도

돌아갈 수가 없는 아픔이여


격동의 1979년도 그해가

눈감아도 생생하더라

세월은 멀리 왔어도

못다 이룬 유신적폐 청산이

한으로 사무치는 날

10.18 부마항쟁은 오늘밤도

아우성소리 쟁쟁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