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첫 마음을 부르고 싶은 날에

2018. 7. 15. 01:218부· 작은 것에도 눈길을




다시 첫 마음을 부르고 싶은 날에



부산대 다닐 때 할머니 돌아가시고

남한산성 감옥에 갇혔을 때

아버지가 암으로 숨을 거뒀다

새천년 들어서 어머니마저 앓다

해직교사 복직도 못 본 채

큰아들 자식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날 이후 마산 상남성당 문을

두드렸고 교리반 영세 고민하다

요셉 이한기신부한테서

요한보스코 세례명으로 설레이며

첫 영성체를 받아 모셨다


신심단체 즐거움의 원천 레지오도

곧잘 참석해 성지순례도 갔다

지리산 함양 계곡 수련회도

따라가서 추억의 사진도 남겼다

집사람 안젤라와 함께

성모상 앞에서 인증샷도 했다


<시인의 집>미니점포도 차려

신혼살림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자영업 체질이 아닌지

상가도 팔고 빚만 떠안았다

명자꽃이 오동동 노점상으로

고단한 나날을 이어갔다


해당화 시인의 14번째 시집

<그 길에 길동무 없을 리 없고>를

출간한 게 성과라면 성과다

몇 차례 셋방을 옮겨다니다가

무학산 산중 폐가 오두막에

거처를 마련해 오르내리다가

겨우 시내 빈집에 둥지를 틀었다


이제서야 심신이 덜 피곤해져

양덕성당 남성동성당 저녁미사

안가도 5백미터만 걸으면

교적있는 상남성당으로

미사보러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베드로 대부와 같이

토요일 특전미사에 나갔는데

그곳의 나뭇잎들이 춤추며

돌아온 신자를 반겨맞아 주었다

내 사진은 안찍는 편이건만

왠지 이날만큼은 매일미사를 들고

사진 한컷 남기고 싶어졌다


농민주간의 최신부 강론도 좋고

낙태죄 관련 성체훼손 공지도

여성인권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열두제자를 파견한 날이라

종교의 역할도 되새겨 보았다

첫 마음을 첫 영성체를

다시 부르고 싶은 여름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