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소소한 생활이 있는가

2015. 5. 29. 21:13제3부· 조금만 더

 

 

 

내게도 소소한 생활이 있는가

 

 

좀 느리게 살기를 바랬건만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체크카드도 신용카드도

달고 다닐 줄이야

예전엔 미처 몰랐더라

<시인의 집>이라고

차려 놓으니 웬 사업자등록증

카트단말기 비치까지

하게 될 줄이야

갑자기 세상이 변한 건가

내가 달라진 것인가

원시인처럼 지냈으니

21세기를 살면서도

보통시민 축에도

못든 채 세월만 흘렀구나

하긴 월급봉투 없이

근 30년을 부대꼈으니

둘이 함께 세파를 헤쳐가는

명자꽃을 만나고부터

사회초년생이 되었는가

웹상으로 카드결제로

시인의 일상까지 낱낱이

기록되고 있건만

조지 오웰의 <1984년>

소설의 경고를

아랑곳하지 않으며

하루를 무심코 보내는가

법정스님의 무소유

김종철교수의 느림의 미학

그 마음이 애달파지는 밤

나의 삶을 돌아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