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들레 홀씨되어 더불어 살아

2013. 11. 7. 03:10◆ 길이 보이지 않는 거기서 길을 내/4부 관계

 

 

 

우리 민들레 홀씨되어 더불어 살아 

 

 

오후 3시 누가치과에서

치석 스케일링하고

오후 5시 아름다운피부과에서

두피질환 처방전으로

세계로약국 약을 받았다

오후 6시 중학교 동기를 만나

중국집에서 볶음밥 먹고

신마산 풍경소리 카페에서

소주 몇 잔 마시고

장군동 시장길을 걸으며

마산의 옛 추억을

귀담아 들으며 사진도 찍다

디스담배도 한갑 얻고

밤 8시 남성동 고향실비집에서

2차로 맥주를 마시다

야옹이밥 생선도 넣었다

여기까지 다 동문의 정으로

시인을 챙겨줘 고맙다

그리고 창동을 한바퀴 두르며

내 배낭 속 비상식량

단팥빵을 빠리바케트에서

사고 천원상점에서

과일그릇을 하나 구하다

밤 10시 돌아오는 길에

가만 생각해 보니까

오래된 내 이웃들 덕분인지

끼니 굶고 잠 못 드는

시인을 그냥 치료해 주고

밥과 술을 사 주어서

적어도 올겨울까지만이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우리 힘든 날 민들레 홀씨되어

사랑을 나누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