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죽느냐 선택은 나의 것이다

2013. 10. 21. 22:13◆ 길이 보이지 않는 거기서 길을 내/4부 관계

 

 

 

 

사느냐 죽느냐 선택은 나의 것이다

 

 

 

어느날 도시난민이 돼 버렸다

사각지대에서 아무도

돌봐 줄 사람도 없이 살며

몹시도 앓다가 문득

모친 가시기 전 대화가 생각켰다

"고향에 가서 살자"

"이 몸으로?"

바닷가 옥계마을로 가자고

졸라댔던 내 심사가

지금 돌아보면 안쓰럽다

마지막 가쁜 숨을 들이쉬며

곁을 떠나간 울어머니

빈손의 시인에게 큰힘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당선돼자

"딴 사람은 다 복직되는데

니는 와 안되노?"

그 말이 여직 사무친다

민주정부가 들어서도 내게는

아무런 혜택도 없었다

잃어버린 교단의 미련이야

버린 지 오래건만 부모는

평생 한이 맺힌 것이다 

긴급조치 9호 재심이 끝나면

그나마 보상금으로

공동선을 위해 쓰련만

지금 내 몸이 말이 아니다

나이도 나이지만

그날밤 모친의 대답처럼

"이 몸으로?"

되물어야 할 처지가 됐다

끼니를 거르고 밤새워

시를 써내려 간 10년 세월에

12권 시집을 냈건만

문예운동에 돈은 안됐다

1인 활동가가 쓰러져도

찾아와 줄 이도 없다

올 연말까지만 무사했으면

간절한 바램으로 버티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