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망산에서 내가 만난 것들^^

2013. 3. 26. 01:08산행기/답사·산행·동문

 

 

 

 

 

 

 

 

 

 

 

 

 

 

 

 

 

 

 

 

 

 

 

 

 

 

 

 

 

 

 

 

 

 

 

 

 

 

 

 

 

 

 

 

 

 

 

 

 

 

 

 

 

 

 

 

 

 

 

 

 

 

 

 

 

 

 

 

 

 

 

 

 

 

 

 

 

 

 

 

 

 

 

 

 

 

 

 

 

 

 

 

 

 

 

 

 

 

 

 

 

 

 

 

 

 

 

 

 

 

 

 

 

 

 

 

 

 

 

 

 

 

 

 

 

 

 

 

 

 

 

 

 

 

 

 

 

 

 

 

 

 

 

 

 

 

 

 

 

 

 

 

 

 

 

 

 

 

 

 

 

 

 

 

 

 

 

저구사거리에서 명사까지 4시간 동안 걸었던 망산 산행길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만남의 여정이었다

 

 

 

백두에서 한라로, 한라에서 백두로 등산갈 그날이 그립다. 유례없는 전쟁위기 속에 마산고무학산악회(http://cafe.daum.net/Misgood, 회장 김형규)가 3월 24일 일요일 거제도 망산(397m)으로 정기산행을 떠났다. 마산에서 진동, 고성, 통영을 거쳐 거제로 접어드니 벚꽃, 개나리, 쪽빛바다가 우리를 반겨맞아 주었다. 부산 가덕도 연대봉 갈맷길 산행에 이어 올봄은 계속 섬을 찾아간다. 4월은 남해로 갈 예정이다. 지금은 모두 육지와 연결돼 있다지만 그 섬에 깃든 역사와 문화의 흔적은 지워질 수 없다. 거제도는 포로수용소, 유치환 문학관이 보존돼 있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전쟁포로 학대, 일제 친일 등 부끄러운 이면도 떠올라 씁쓸했다. 이날 저구사거리에서 명사까지 4시간 동안 걸었던 망산 산행길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만남의 여정이었다. 나지막한 산을 수차례 오르락내리락 하며 선후배 동문 가족들이 산행의 묘미를 만끽했기 때문이다. 현호색 군락, 진달래, 생강나무, 보랏빛 흰빛 제비꽃, 청미래덩굴, 소나무, 개나리, 동백꽃, 별꽃 등 야생초와 아름드리 바위 그리고 무엇보다 탁 트인 바다 풍경과 점점이 수놓아진 섬들이 망산의 운치를 한결 더하였다. 작은 섬들에도 제각각 누에섬 등 이름이 있건만 바라보는 것만 해도 황홀한 풍경이었다. 폰카, 디카로 추억의 장면을 담는 이들이 꽤 눈에 띄었다.

 

마음 같아서야 바닷길을 걸으며 손도 담그고 마을구경도 하며 소줏잔이라도 기울이고 싶었건만 단체산행이라 여의치 않았다. 산 위에서 두루 사진을 찍노라니 역시 바다는 고향의 품과 같이 나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옛날에야 왜구의 침입이 잦아 감시초소도 두었다지만 지금은 산불감시로 바뀌었고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망대 조금 지나 숲길에서 무학산악회 동문가족들이 둘러앉아 점심을 나눠먹었는데, 김형규 회장이 갖고 온 복분자 담금주가 인기를 끌었고 사모님의 주먹밥 나물반찬이 맛났다. 유난히 현호색 작은 풀꽃이 군락을 이룬 망산의 산길은 화사하게 핀 진달래가 아주 반가웠다. 북한산은 4월에야 핀다는데 여기는 맘껏 만날 수 있으니 남도의 봄산을 찾는 까닭도 그런가 보았다. 하산길도 오르락내리락인데 비교적 순탄한 코스여서 중간에 홍포쪽 도로로 내려간 남선배 일행 말고는 이상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점점이 놓인 섬들에게 일일이 눈을 맞추며 말을 걸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아직 잎들이 채 피지 못한 나뭇가지들을 지나 명사 산행종점으로 내려와 식당에서 거제의 특산 굴구이도 함께 맛보며 친목을 다진 뒷풀이가 무척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