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아 오랫만에 왔다^^

2010. 11. 8. 11:22산행기/답사·산행·동문

 

 

 

산이라면 무학산밖에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고향의 산을 동네 뒷산처럼 즐겨 올랐다. 서원곡, 자산동, 앵지밭골 출발지점을 애용했다. 학봉 바위에서 산중턱 바위에서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겼더랬다. 산길을 걸으며 시편들도 썼다. 요즘처럼 블로그도 없었기에 수첩에 메모를 남겼다. 그때 카메라를 좀더 일찍 익혔더라면 좋았을 뻔했는데. 시인의 상상력은 무학산에서 한국의 산을 동일시했고 심지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를 연상하며 웬만한 코스는 다 가 봤다.

 

이후 여러 산을 다니면서 내 고장의 산인 무학산을 소홀히 하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11월 7일 일요일 총동창회 마산고무학산악회 동문가족 등반대회 정기행사에 참석하고서 무학산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무학산아 오랫만에 왔다~ 인사를 하였다. 교동초등 운동장에서 이현석 총동창회장, 정태규 무학산악회 회장, 김규영 사무총장, 기수별 동문가족 등 250여 선후배 동문들이 집결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무학산 산행길에 올랐다.

 

 

 

무학산악회 서병기 총무의 사회로 회장 인사, 행사 안내, 몸풀기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마여중- 앵지밭골- 봉화산- 서마지기- 정상 코스를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이날 행사는 공지한 대로 기념품, 경품, 시상금이 풍부했고 이벤트도 줄넘기, 제기차기 등으로 이채로웠다. 최다참기수는 저력있는 32회였다. 마침 날씨도 화창한 가을이고 포근한 감마저 들 정도로 좋았다. 처음 얼굴 보는 동문도 있었고 동문 가족 동반도 많아 보통때의 산행보다 분위기가 무척 화기애애하였다.

 

 

 

단체산행의 묘미는 역시 선후배 동문간의 친선이다. 산에서 만나 서로 반갑게 인사나누고 막걸리 한잔 같이 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학산은 도토리나무인 참나무가 많은데 갈색으로 곱게 물들었다. 숲속은 온통 울긋불긋 고운 단풍잎으로 치장한 채 우리를 반겨맞아 주었다. 단풍철이라 멀리 떠난 이들도 많았겠지만 정기행사에 참여해 내 고장의 산을 사랑하는 일도 좋을 것이다.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역대 행사보다 날씨, 이벤트, 상금, 경품 등 프로그램이 좋았다고 생각된다.

 

 

 

가을산은 단풍도 좋지만 하얀 억새가 나를 설레게 한다. 진달래터널을 통과하고 나무계단을 올라 숨돌릴 때 쯤이면 눈 앞에 펼쳐지는 진풍경이 바로 억새밭이다. 햇빛에 반짝이며 바람결에 나부끼는 억새꽃 풍경은 무학산의 매력을 한층 더한다. 높이도 761m로 맞춤하고 낙남정맥 구간이며 마산의 진산이다. 최근엔 무학산 둘레길도 생겨 걷기에도 좋은 코스로 유명세를 탄다. 땀 흘리며 오르면서 피곤하던 몸도 풀리고 생기가 도는 것을 느낀다. 중간에 이수용 운영위원장이 챙겨온 하수오술도 한잔 얻어 마시니 더욱 운치가 있다.

 

휴일이라 그런지 무학산을 찾은 이들이 많이 보였다. 서마지기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모습들이 정답게 와 닿았다. 세월의 풍파를 겪은 목장승도 길손을 반겨 맞았다. 점심을 먹고 산신제를 올렸다. 기수별로 나와 예를 올렸고 돼지머리에 배추이파리도 꽂았다. 모교 김화식 교장, 안형호 교감도 참석해 이날 행사를 빛내주었다. 특히 46회 후배는 가족과 함께 5명이 참석해 인상깊었다. 그리고 단체촬영을 기별로 하였는데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영원할 것이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서마지기에서 진행된 줄넘기, 제기차기 이벤트였다. 추억의 놀이마당을 즐기며 동문 화합을 다진 행사였다. 또 푸짐한 경품 추첨이 인기였다. 작년에는 춥고 비가 와서 취소한 적도 있지만 이날은 산신령 덕분에 순조로웠다. 무학산악회 정태규 회장은 인사말에서 "산을 오르며 건강을 챙기고 동문화합을 다지는 이 자리에 와 주신 동문들에게 감사드리며 우리 모두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함께 보내자"라고 격려해 주었다.

 

 

 

2010년 마산고동문가족 무학산등반대회의 일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오후 2시 30분 서마지기- 서원곡 코스로 하산하였다. 산 아래에서 각 기수별로 뒤풀이를 가질 것이다. 산을 오를 때도 좋지만 산을 내려올 때가 느끼는 바 적지 않다. 모처럼 찾게 된 산이라 천천히 내려오며 사진도 찍고 바위에 앉아 느긋하게 쉬었다. 서마지기에서 마신 소주, 막걸리, 양주가 좀 취하는지 벤치에 누웠더니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산에 가면 자기가 늘상 찾는 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산 중턱 바위, 숲 속이 그것이다. 산 속에서 하룻밤 비박해 보는 것도 좋은데 제법 추울 터이다. 영지버섯도 간혹 캐며 이젠 산과 꽤 친해졌다. 그러나 못 가 본 산이 너무 많다. 적어도 경남의 산은 다 둘러보아야 할 것인데 차후의 과제다. 참석한 동문들 중 카메라를 가져온 이들이 좀 돼 아마 산행기도 여럿 올라올 듯 싶다. 세월이 가면 빛바랜 사진 한장이 그 시절을 추억케 한다.

 

 

 

 

쉬엄쉬엄 내려오면서 저 아래 마산만을 보니 향수를 자극한다. 졸속통합으로 창원시가 돼 버려 고향 이름마저 잊혀질 지경이다. 건너편 능선, 계곡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너덜지대에서 소망이 깃든 돌탑군과 토종다람쥐를 만났다. 무학산에 야생동물들이 먹을 양식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간혹 멧돼지가 인가에 출몰하는 일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밤톨, 도토리 등을 줍지 말고 그대로 두는 마음이 필요하다.

 

 

 

 

서마지기에서 찍은 기수별 단체사진은 다 올린 셈이다. 물론 개인별 사진이야 알아서 할 터이고. 지금은 구형이 돼 버린 후지디카 똑딱이 덕을 많이 본다. 에러도 많지만 그런대로 블로그에 포스팅하기에는 적당하다. DSLR 카메라를 익혀야 할 용도가 생겼는데 언제 기회가 닿겠지. 이날 무학산악회 주관 행사가 잘 진행돼서 그런지 동문들의 얼굴이 밝게 보였다. 산이 주는 힘이기도 하고 저마다 활기가 넘치는 걸 느꼈다.

 

 

 

 

예전에는 서마지기 옆길에 약수터, 간이화장실이 있었는데 없어져 버려 아쉬웠다. 무학산의 상징적인 터가 이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시청에서 복원작업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정자보다 시급하고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무학산 중턱에 자리한 정자가 제법 운치있다. 이정표도 잘 돼 있고. 여기서 하루의 산행을 돌아보며 마산만, 시가지, 공단 등을 조망하니 가슴이 탁 트인다. 우리가 살며 생활하는 삶터가 한눈에 보인다. 약수터에서 목마름을 해결하고 단풍든 산길을 따라 가노라니 팔각정이 나온다.

 

서원곡 계곡을 지나며 보니 예 놀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계곡물이 말라 볼 품 없어도 추억은 출렁이며 흐른다. 산 중턱에 석봉암이라고 암자가 있는데 못 가 봤다. 내친 김에 들러 봤어야 됐는데 석봉스님이 선배다. 지역사회 행사때 자주 뵙는데 도량이 깊은 분이다. 관해정까지 내려오니 주변 주점에서 동문들이 산행 뒤풀이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무학산에게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다. 그간 무심했으니 그렇지만 이렇게 만나니 반갑고 좋지 않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