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샘공동체 정기총회 또 하나의 시작이었네^^

2010. 1. 31. 04:55더불어 사는 세상/시민사회

17년 전 마산역을 왔다갔다 하는 한 젊은 목회자가 있었다. 일찌기 술의 폐해를 절감한 강성기 목사가 알코올 중독, 노숙 등으로 거리를 떠도는 이들을 찾아서 자활의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두들겨 맞기까지 하면서도 끈질긴 설득으로 <사랑샘공동체>로 데리고 가 치유와 자활의 노력을 기울여 가정과 사회로 복귀시켜 내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 누가 알아주기나 했으랴만, 그는 지역사회의 무관심과 비난까지 묵묵히 감수하면서 소외계층을 돌보는 현장목회이자 사회복지 활동을 주저앉지 않고 해 내었다. 요 근래에 들어서야 차츰 사랑샘의 존재 가치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후원자도 하나둘 늘어갔다. 지금까지 예산지원도 전무한 가운데 사비를 털어 이만큼 운영해 온 게 신앙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터이다. 2010년 1월 29일 저녁 마산 산호동 사랑샘교회에서 뜻깊은 정기총회가 열려 참석케 되었는데, 느끼는 바가 없잖아 블로그에 올려볼까 한다.

 

  

 

 

나 역시 민중신학에 관심이 많았는데다 고교선배 한 분이 사랑샘에 계셨기에 인연을 맺게 되었다. 별시리 후원이나 예배에 동참하는 편은 못 되지만,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챙기는 노력에 공감했다. <술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주위 사람들을 더러 보아왔고 또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이만한 복지단체가 있다는 게 어디인가. 가정폭력으로 인한 여성쉼터인 "사랑이 샘솟는 집" 정영숙 소장도 오랫만에 만나 반가웠다. 얼마 전 <어머니의 사진>이란 정감어린 에세이집도 출간한 열정적인 분이시다. 이날 정기총회에는 사랑샘 지도위원, 운영위원, 후원자, 입소자 등 25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분위기가 아주 진지해 놀라웠다. 7분짜리 "다시 쓰는 내 인생"이란 꾸밈없는 사랑샘 영상물도 상영되었다. 2009년 방문자 및 내담자 현황을 살펴보니 1195명이나 돼 사랑샘의 존재를 새삼 실감케도 되었다.

 

 

   

 

 

사랑샘공동체는 종교와 관계없이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복지공동체로서 "건강한 사회, 행복한 가정, 사랑이 샘솟는 공동체"를 표방하고 있다. 그동안 좋은 일, 궂은 일 가릴 것 없이 성원해 준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인사를 하고, 강목사의 사회로 <정기총회 안건> 토의 의결에 들어갔다. 유미숙 사무국장의 성원보고 및 인사가 끝나고, 새로이 선임된 사회복지사 이기훈 간사의 사랑샘 실무를 맡게 된 소감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지도위원, 운영위원 위촉장 전달식이 행해졌다. 참석자들은 이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로 화답하였다. 준비한 자료집을 참고하며 질의 응답을 거쳐 2009년 사업보고서 회계결산을 통과시키고, 이종열 감사의 감사보고서를 검토하였다. 이날 주요안건은 무엇보다 2010년 사업계획안 및 수지예산안 승인의 건이었다. 정말 빠듯한 예산으로 펼치고자 하는 월별 사업은 풍성해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물론 5천원, 1만원 CMS 후원 구좌가 미약하나마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턱도 없이 부족한 예산 규모로 사랑샘의 열정을 불태운다는 집념은 참으로 소중하게 와 닿았다.  

 

 

 

 

 

참석자들의 시선집중을 받은 안건은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인 폐자원 재활용사업단, 생생자전거 리폼사업단을 통한 자활사업과 알코올 예방교육 및 입소자들을 위한 재활프로그램,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17주년 일일찻집 등이었다. 한시적인 일자리이긴 하지만 사랑샘으로선 더없이 소중한 자활사업임에 틀림없고 노동을 통한 재활프로그램으로 안성맞춤이라고 생각된다. 간만에 사무실을 둘러보니 미미한 수익금으로 입소시설은 확충되어졌고, 실무간사는 인건비보다 사명감에 기대 일해왔지 않았나 짐작되었다. 사랑샘의 운영 기조는 자율을 중시하지만 간혹 사소한 다툼이라도 생길라치면 여간 신경이 쓰여지지 않는다고 한다. 강목사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현장으로 달려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목회자 신분이긴 하지만 때로 감정이 솟구쳐 언성을 높이기도 했을 것이다. 특히 사랑이 샘솟는 집 여성쉼터의 경우는 술취한 남편의 행패를 감수하느라 무진 애를 먹었다고 한다.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고 돈도 안되는 일을 심지어 욕설 폭행까지 겪으며 뭐하러 하느냐는 아내의 핀잔도 흘려 듣고 이렇게 17년 세월을 지내왔던 것이다. 

 

 

    

 

 

<기타토의>에서 질문들이 꽤 나왔는데 CMS후원 현황, 일일찻집 개최, 사회적 일자리사업 경과, 물적 후원, 연중 수시사업 프로그램 등이었다. 이번 정기총회는 또 하나의 시작을 함께 하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참석한 모든 이들의 동의와 의결을 거쳐 2010년 사업 안건을 확정지었으니 성과가 있었다. 해결할 과제야 적잖겠지만 힘을 합쳐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 확신한다. 다행히 이날 모이신 분들의 열의가 돋보여 새해 새 기분으로 사랑샘의 희망을 보았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현장사역 활동을 묵묵히 수행해 온 사랑샘의 공동체적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는 시간이었다. 목회자도 인간이라 알코올 마약 의존자, 노숙자 등을 돌보려면 여간한 인내력이 아니고서는 감당키 힘들진대 이만큼이라도 한 게 용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누군가는 일반인들이 꺼려하는 궂은 일을 맡아서 해야 우리 사회와 가정이 밝아지는 법이다. 넉넉한 가슴과 사랑으로 마산의 작은 공동체 살림을 꾸려가는 사랑샘에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물심양면의 성원도 더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