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해 신부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

2009. 12. 23. 03:39더불어 사는 세상/시민사회

세밑의 한파에 몸도 마음도 춥지만, 따뜻한 출판기념회가 열려 기쁘다. 12월 21일 오후 7시 3.15아트센터에서 백남해 신부의 소설 <부스러기 성경이야기>를 펴낸 자리에 참으로 살가운 이들이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그가 혼신의 힘을 바친 지역사회 이야기나 시사에세이집이려니 하고 갔더랬는데 웬걸 성경이야기고 그것도 소설이라니 뜻밖이었다. 하기야 교구청 마산주보에서 사마리아인 얘기를 재미있게 풀어쓴 글을 읽은 기억이 있었던지라, 가톨릭 사제로서 요즘 내면의 영성을 중시하는 추세에 맞게 본업에 충실하는가 보다고 이해했다. 그리도 책 하고는 인연이 멀다고 고개를 젓던 사람이 기습적으로 출판기념회를 가졌으니 뒷통수를 한방 맞은 격이었다. 어엿하게 추진위까지 꾸려놓았는데 언론 공지도 없어서 지인의 입소문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날 출판기념회를 모르고 지나칠 뻔하였다.

 

 

 

 

 

그는 책 서문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봐 달라'고 넉살을 피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리 호락호락한 책은 아니었다. 쉽게 풀어쓴 <예수시대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였는데, 무지 흥미진진하지만 2천년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시대 일반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톨릭 사제로서의 인간적 고뇌와 사회적 결단이 장마다 배여 있었기에, 그가 지향하는 삶의 철학이 예수시대에 빗대어 표현됐다는 점을 주목하였다. 차정인 부산대 법학과교수의 서평을 듣자니 바로 이 시대의 유다, 베드로 등 인간군상들이 자연 연상되었다. 이날 지역사회의 여러 인사들이 책 소감과 축하의 말을 해 주었는데, 신부 스님 언론인 희망연대 등 실로 다양한 층을 아우르고 있었다. 축하공연도 이색적이어서 동백아가씨, 아 목동아 '톱연주'에 박영운 가수의 '듀엣 축가'가 분위기를 한껏 달구어냈다.

 

 

 

 

 

<백남해 신부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2천년 전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제몸처럼 아끼는 노동자 서민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날 자리를 빛내준 지역의 인사들도 다름아닌 다양한 직종의 서민층이었던 것이다. 가히 99.5% 서민인 국민을 무시하고 0.5% 부자를 위해 권력을 휘두르는 MB정권의 겨울에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다 모였으니 팬클럽이라 불러도 좋겠다.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강병기 농민위원장, 박종훈 경남도 교육위원, 이경희 민생민주경남회의 대표, 김두관 전 장관, 박창균 늘푸른삼천 대표, 신석규 경남겨레하나 대표,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임봉재 가톨릭농민회 회장, 백신부 단골미장원 사장 등등 정말 소중한 이들이 그의 책 출간에 뜨거운 격려를 보내주었다. 지역의 여러 단체와 인사들이 한마음으로 이렇게 모였으니 '오늘만큼은 마음껏 먹고 마시라'고 즐거운 비명을 지를 만도 하였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순박한 느낌이 들었다. 백신부의 스타일이 소탈해 마치 명랑운동회에 온 것 같았다. 으례껏 정보과 형사가 둘이나 왔다지만, 그는 인간구원과 사회구원을 동시에 추구하는 가톨릭 사제로서의 당연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축하의 꽃다발을 든 <백신부와 기념사진>을 찍는 참석자들의 얼굴엔 기쁜 표정이 역력했다. '출판기념회 미사'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도 하게 생겼다. 어쨌거나 기분좋은 행사였고 뒷풀이 호프도 한잔 마셨다. 또 이날 백신부의 야심작이 절찬리에 팔려나갔다. "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웃으며 출간 소감을 밝힌 백신부의 말에 적 호응한 셈이라 할까.

 

 

 

 

 

 

 

 

덧붙여, 이날 출판기념회 행사장에는 소중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추억의 사진>을 마저 올리기로 하겠다. 책 싸인을 해 주는 백신부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다가왔다. 김영만 선생이 사회를 유려하게 봐서 흐름이 매끄러워 좋았다. 시종일관 좌중에 웃음을 머금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보통 송년회다 해서 술판이 되기 십상인데, 요즘 우리 지역은 책 출간 열풍이 불어닥쳤다.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 <도서관에서 길을 찾다>, 강병기 민주노동당 농민위원장 <따뜻한 진보>, 서익진 경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마산, 길을 찾다>에 이어  진해사회복지관 관백남해 신부 소설 <부스러기 성경이야기>가 뒤를 이었다. '부스러기를 다 모아 온전한 하나가 돼라'는 뜻풀이를 이안스님이 축사에서 해 주었는데 새길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