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음전 할머니 진동 공원묘지에 한서린 혼백을 묻다

2008. 4. 5. 19:58더불어 사는 세상/시민사회

 

 

 

 

 

 

 

 

 

 

 

 

 

 

 

 

 

 

 

 

'죽어서 원혼이 되어서라도 일제의 만행을 단죄하겠다'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서릿발 외침이 귓가에 쟁쟁하다. 정대협 할머니들을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보내야 하는 사별의 아픔은 아직도 일제의 사죄와 배상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기에 더욱 크다. 2008년 4월 5일 토요일 오전 9시 신마산연세병원에서 故 김음전 할머니의 발인식이 거행되었다. 마창진시민모임 이경희 대표를 비롯해 시민사회장 집행위원장인 문순규 민주노동당 마산시위원장, 정대협 강주혜 사무처장 등 장례위원들과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통곡의 발인식을 치르고 할머니를 운구차에 실었다. 생전의 거처인 마산시 양덕1동 좁다란 골목길 햇볕도 들지 않는 좁은 방에 들러 노제를 가졌다. 유족들의 오열이 계속되는 노제 동안 동네사람들도 안쓰러운 얼굴로 할머니를 배웅해 주었다. 열악한 생활조건 속에서도 자식들을 다 장성시켜 놓고 홀홀히 한스런 땅을 하직하는 조선의 딸의 마지막 길에 언론도 시민사회단체도 무심치 않았다.

 

진동 공원묘지 가는 길에 핀 화사한 봄꽃들이 마치 붉은 댕기 머리에 맨 꽃다운 처녀적 할머니의 얼굴인 양 생각되었다. 인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관식은 참으로 눈물겨웠다. 관에 드리운 붉은 천에 故 김음전 할머니의 이름이 선명했다. 한켠에선 산신제를 정성껏 올리고 나중 순서인 탈상제 준비를 갖췄다. 흙을 덮는 의식에선 유족들의 통곡이 산천에 메아리쳤다. 조선의 딸의 원통한 한생을 산천초목도 슬퍼하는 듯하였다. 이날 탈상제 제례상 앞에 엎드린 유족들 시민사회장 장례위원들 모두 할머니를 깊이 추모하며, 정대협 할머니들의 못다 푼 한을 더 큰 분노의 힘을 모아 해결해나갈 것을 다짐하였다. 개인적인 일화 하나 덧붙이자면, 사진을 찍고 있는데 탈상제 진행자가 '이거 할머니 혼백인데 갖다드리라'고 해서 인부에게 줬더니 관을 덮은 흙 속에 고이 모셔놓는 것이었다. 오늘 故 김음전 할머니를 진동 공원묘지에 묻었지만, 일제의 사죄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한국민 모두의 가슴 속에 묻었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