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인(3)
-
좋았던 순간들은 낙엽처럼 떠나는가
좋았던 순간들은 낙엽처럼 떠나는가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온갖 식구와 온갖 친구와 온갖 적들과 함께 적들의 적들과 함께 무한한 연습과 함께 가자고 김수영 시인은 노래하였건만 오늘 아침 슬픈 부고가 페이스북을 타고 전해왔다 우리 건강한 몸으로 아픈 마음들을 보듬으며 들꽃처럼 강인하게 살아가자는 박노해의 걷는 독서가 내 가슴을 울린다 평소 찾아보지 못한 벗들 오래 병고에 시달렸다는데 뒤늦게 소식을 접하니 일상의 회한이 밀려온다 녹색시민 민주시민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 어제는 뉴스를 접하니 단칸방에서 쓸쓸히 숨져 간 고독사 어르신 아프더라 돌봄도 없는 사람들 얼마인가 사각지대 비극이 끝나는 날은 언제쯤일까 은행잎 노랗게 물드는 마산에서 일찍 떠난 두 사람 영전에 하얀 국화꽃 한송이 바치며 이제 ..
2023.11.23 -
아름다운 동행을 되새기며
아름다운 동행을 되새기며 우리는 왜 사소한 것에 곧잘 분노하는가 공공의 적들은 두고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영세상인들에게 여성들에게 어린이들에게 개 고양이들에게 성난 얼굴을 붉히며 화풀이를 하는가 김수영 시인이 콩나물 반찬값 몇푼에 열받는 자신을 탓한 시가 생각나네 해를 넘겨 끊이지 않는 코로나 블루 탓일까 자제하지 못하는 다혈질 탓일까 걸핏하면 경찰이 오고 고소건이 남발하는 부끄러운 생활의 민낯들 더불어삶의 길 아름다운 동행이란 이토록 힘든단 말인가 깨어진 관계를 서로 이어주는 힘은 용서와 사랑이 아닌가 정작 분노할 곳에 우리 표적을 맞추자
2021.05.07 -
파밭 가에서 무엇을 노래할까
파밭 가에서 무엇을 노래할까 김수영 시인은 파밭 가에서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라고 세번 되풀이하며 노동의 대지를 뚫고 나온 묵은 사랑을 벗겨내고 새 사랑을 맞는 힘 푸른 새싹을 노래했더랬지 해당화 시인은 파밭 가에서 동네텃밭 가꾼 명자꽃 쪽파를 무쳐 밥상 위에 쑥국과 함께 반찬해서 먹으니 어쩐지 힘이 솟더라고 길러먹는 남새를 노래하네 도시농사란 게 실감나데 생산비 못 건진다는 고향산천 우리 농사꾼들 심정을 헤아려보기도 농민없는 농정의 세월을 떨쳐버리고 바꾸자고 농토 위에 진보의 깃발을 꽂고 아스팔트농사를 지은 지 몇몇 해가 흘렀던가 농민수당도 재난지원금도 여전히 사각지대 아닌가 낡은 것을 잃고 새것을 얻는 파밭 가의 시상이 내게도 예사롭지 않더라고
2021.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