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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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까운 계절이 가기 전에
이 아까운 계절이 가기 전에 선창가에 뱃고동 울리고갈매기 날으던 그곳이아련히 떠오르는 날내 고향도 많이 변했어라수출공단 들어서고바다는 지금도 매립중 도로 상가로 개발됐지만우리 소년시절에 헤엄치고도다리 낚시하던추억이야 파도소리처럼내 가슴에 남아 있지선착장 위로 무심히갈매기들만 날아오르고 젊을 적 읽은 갈매기의 꿈높이 나는 새가멀리 내다본다고 했지강산이 몇 번 바뀌었건만불가능한 꿈은이루어지지 않았어라 바람부는 들녘에서오랜 세월 버틴 나무처럼새로운 백년을 부르며노동의 대지에더 깊이 뿌리내릴까다시 한번 해 보는 거야일어나 노래를 부르자
2024.05.24 -
달팽이도 산을 넘는 것처럼
달팽이도 산을 넘는 것처럼 왜 빨리 가려고만 했을까 가끔은 쉬어가면서 둘러가는 길도 있거늘 쓰라린 실패를 맛본 뒤에야 세상살이 이치를 깨닫게 되는 것이거늘 새로운 도전이 내 앞에 기다리거늘 왜 서두르기만 했을까 경쟁보다 협동이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소중한 세상을 만들자 차분히 마음 다지며 어울려 살지 못했을까 민주화도 통일운동도 노동해방도 예속을 떨쳐내지 못하면 정권 바꿔봐야 아직 갈 길이 멀더라 첫 마음 변치 않고 달팽이도 산을 넘는 것처럼 끝까지 한길을 가는 그런 사람이 빛을 보는 한생을 축복하고 싶더라
2021.06.24 -
우린 어디쯤 왔는가 묻자
우린 어디쯤 왔는가 묻자 산을 오르는 일도 한걸음부터듯 다른 세상을 찾아가는 그 마음도 한결같아야지 노인이 산을 옮기는 첫 호미질처럼 우직하게 갈 길을 가야지 때로 끊기고 돌아가도 오직 하나 희망을 발견하였다면 다시 일어나 산 넘고 물 건너 그곳으로 쉼없이 가야지 열 사람의..
2013.05.27 -
겨울밤 호젓이 길을 걸으며
겨울밤 호젓이 길을 걸으며 너는 모르지? 내가 왜 달을 보는가를 모두가 잠든 시각에 밤길을 걷는가를 뉘 있어 알랴 잠 못 이루는 저 달 꼭 내 마음 같아 목에 건 카메라로 살포시 담아라 지금 한뎃잠 뒤척이는 노동자 노숙인 남 같지 않아 새벽이 동틀 때까지 밤새 곱씹어 보는 평등한 세..
201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