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금수강산 전체가 문화재라며 온통 난리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덕에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갖가지 형태의 여행이나 답사를 떠나는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러나 부푼 가슴을 안고 답사를 다녀오기는 하지만 거기에서 무엇을 보고
얻었는가를 생각하면 허탈감에 사로잡히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발췌한 자료집을 손에 든 채 누군가의
논리정연한 설명을 듣고, 그것을 수첩에다 적고, 그 흔적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어대곤 합니다. 하지만 각자 답사에 대한 평가를 보면 모든
이들의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음에도 개인의 느낌을 그저 좋았다는 한마디로 간단히 끝내버립니다. 이러한 현상은 일면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의
미숙함일 수 있지만 진정 답사라는 것이 문화유산을 감상하고 그 안에 녹아있는 역사를 살아간 이들의 삶, 문화, 역사이야기를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함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거의 모든 답사단체에서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요즘 들어 많은 답사
단체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 70년대 일본에서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면서 2~3년 정도 답사붐이 있은 후 지금은 거의 대중답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실을 보며 어쩌면 그 전철을 밟아 가는 것이 아닌가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미 알려진 답사의 황금코스는 주말이면 시장바닥같고
한두번 그 코스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쉽사리 다시 찾지 않습니다. 강사의 색다른 설명이나 저렴한 가격도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우리는 자신의
느낌을 제대로 이야기할 줄 모릅니다. 매체나 다른 이에게서 주어지는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에만 익숙합니다. 문화유산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는 더욱
힘듭니다. 누가 뭐라 해도 직접 현장에 가서 보아야 우리가 생각하는 답사(踏査)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답사의 첫번째 요건은 바로 현장
체험인 것입니다. 그러나 현장에 가서 문화유산을 확인하는 것만이 결코 답사가 아니란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고 있는 '문화의 시대'란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행하고 있는 답사도 일종의
문화행위입니다. 이 문화란 단어가 포함하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다양성'일 것입니다. 문화라는 담론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문화라는 담론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민을 하고 있을까?라는 부분입니다. 사실 '아침에 우유한잔 점심엔
페스트푸드'로 내장을 달래며 일상에 치여 사는 이에게는 문화란 담론이 별 흥미가 없겠지요. 아니 그보다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이란 노래에
나오는 아버지는 막일을 나가고 어머니는 파출부 나간 후 지하 단칸방에서 동생과 불장난을 하다 죽은 소녀에게, 그리고 그 가족에게 문화란 말은
사치일 뿐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 문화유산을 보는 행위 자체는 과연 어떠해야 할까? 그리고 그것이 진정으로 한 사회와
호흡하는, 민중과 호흡하는 행위가 될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얼 답사의 정체성을 찾고자 합니다. 그를 위해 우리는 아래와
같은 우리얼 답사론을 제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