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영화인들은 스크린 쿼터 폐지가 문화다양성을 말살시킬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어쩌면 스크린쿼터 싸움의 본질 하나가 바로 이 문화다양성 문제이다. 

외국에서 알아주는 우리나라 롹 음악가는 별로 없다. 우리가 아무리 롹을 잘 해도 외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자신들이 만든 것을 따라하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름 없는 우리 풍물패의 공연에는 열광한다. 바로 우리에게는 오래된 문화이지만 외국에서 보았을 때는 처음 보는 신기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현대음악을 주도하는 서양에서도 우리민족의 윤이상 작곡가를 현대음악가 중에서 주저 없이 세계적인 3대 작곡가에 속한다고 평가한다. 
자신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동양적인 미의식을 음악에 담아냄으로써 독특한 울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윤이상 작곡가가 서양음악만 쫒아갔다면 서양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윤이상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들을 수 없는 치밀하고도 섬세한 동양적 화음에 그들은 매료된 것이다. 

바로 여기서 ‘가장 민족 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세계적인 예술은 모두 어느 한 민족의 것을 바탕에 두고 있다. 
세익스피어 문학은 영국의 고전 설화에 바탕을 두고 있고 클래식 음악은 독일의 고전 음악에서 나온 것이며 오페라는 이탈리아의 가극에서 나온 것이다. 
황석영의 ‘장길산’도 설화가 없었다면 흥미가 뚝 떨어졌을 것이다. 

세계적인 음식도 어느 민족의 것을 바탕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카레는 인도에서 나왔다.-요즘은 없어졌다는 말이 있기는 하다.- 그 카레에 치매예방, 항암 성분이 들어 있음이 최근 밝혀졌다. 

요즘 중국에서도 우리나라 자장면이 인기라고 한다. 중국의 자장면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든 것이 우리 자장면인데 그것이 다시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자장면은 동남아와 세계 사람들의 입맛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런 자장면도 결국은 중국의 원조 자장면에서 나왔다. 사실 중국 가서 원조 자장면을 먹어 보았는데 짜고 기름기가 너무 많아 느끼했다. 그러나 그런 자장면도 다듬으면 우리의 자장면처럼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홍어, 젓갈, 식혜와 같은 음식들도 얼마든지 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왜 영화가 중요한가>

 

영화는 종합예술로서 이런 그 민족의 고유한 문화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낼 수 있는 훌륭한 장르이다. 

‘서편제’라는 영화는 전통 우리 민요가 얼마나 사람들의 정서에 잘 맞는 음악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돌담길을 애돌아 나오면 소리꾼 아버지와 딸들이 ‘진도아리랑’에 신명난 춤을 추는 장면에서 신세대 젊은이들도 우리 민족의 멋과 낭만에 흠뻑 취했었다. 

이 영화의 성공 이후에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대장금의 성공 후에는 궁중음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한국 음식, 한국 옷에 대한 열풍을 가져왔다. 

영화는 이렇게 민족문화 전반을 되살리는데 있어서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우리 민족문화의 정서를 영화에 오롯이 담아내는 일은 서양 사람들은 죽어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감독이 과연 서편제의 정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결국 멋스런 우리 민족 문화를 영화화시켜 내는 일은 결국 된장국을 먹고 자란 우리 영화인들이 할 수밖에 없다. 

                                                                                   -자주민보 이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