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겨울이 온다

2024. 11. 13. 18:59<사람 사이에도 꽃이 핀다>

 

그 자리에 겨울이 온다

회색빛 겨울하늘이다
모과나무도 끝물
배롱나무는 빈 가지다
간밤 센 바람소리에
가을이 바삐
지나가고 있었다
마산 창동예술촌 골목길
안쪽 시인의 집
폐우물 속에 빠졌던
새끼야옹이 개구쟁이도
코를 훌쩍이는
추운 날이 시작됐다
길냥이도 시인도
시련의 계절을
잘 넘겨야 살겠거니
어찌 혼자만의 걱정일까
노동자 집단해고
자영업 파산
우리농업 IMF상태
생활고 비관
복지 사각지대
문득 떠오르는 단어들이
고장나 버린 세상을
절규하는 듯
휑한 가슴을 때린다
없는 살림들에게
겨울이란 칼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