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부끄럽지 않게 세상 살다가

2024. 9. 20. 20:11<사람 사이에도 꽃이 핀다>

 

그래도 부끄럽지 않게 세상 살다가
 
 
한 해고노동자가 떠나갔다네
추석날 병실에서 쓸쓸히
옛 삼미특수강 방석부 동지
80년대 젊은 날 입사해
마창노련 선봉에서 싸운
철의 노동자가 암투병 중에
숨졌다는 슬픈 소식이여
 
182명 집단해고 8년 법정소송
안해 본 투쟁이 없는
삼특 동지들 얼굴이 겹쳐라
고용승계 복직판결 이행
그 사무친 외침이여
내 가슴을 쩡쩡 울리는구나
 
더 이상 병들어가고 파괴되는
해고노동자의 가정을
짓밟을 권리가 없다
현장에서 정든 일터에서
땀 흘려 일하고 싶다 절규했던
그간의 삶은 어떠했는가
 
슈퍼스타 감사용 영화가 뜰 때
아마도 해고자 중에
그 영화를 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왜 그런 줄 아세요?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요 라던
눈 크고 늘 웃는 얼굴
 
한동안 잊고 지냈던 해고동지들
그해 여름 펴낸 <복직을 위하여>
못다 간 길은 끝나지 않았네
그래도 부끄럽지 않게
험한 세상 살다가 가구만요
여그보다 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라 술 한잔 올리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