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고 떠나고 싶은 가을날

2018. 9. 30. 18:499부·잊지 말아 달라는




걷고 싶고 떠나고 싶은 가을날



도로가 벚꽃나무 가로수에

어느새 단풍이 드네

회원골 약수터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만난 풍경이 가을이어라

호젓이 걷고 싶고

단 둘이 떠나고 싶은

계절이 성큼 다가왔는가

딱히 수확이라고

내세울 것이야 없지만

가난한 시인에게는

밤새워 쓴 시만 건졌어라

오늘 내가 걸은 산길은

거미줄 쳐진 탱자가시나무

울타리도 정겹고

바람에 흩날린 나뭇잎들도

밟고 가기가 미안해라

무학산 숲속에는 감나무

밤나무 알들이 영글어가고

계곡물은 맑고 좋아

어디 멀리 나가지 않아도

오동동 시인의 집에서

무학농장길까지라도

오르내리다 보면

가을은 남몰래 품에 안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