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없이 걷는 길이 어디 있으랴

2015. 11. 2. 23:42제4부·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그리움 없이 걷는 길이 어디 있으랴

 

 

밤에 보는 저 은행나무 정겹네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는

불종거리 억센 삶들을

지켜주는 듯 맘 든든하여라

 

옛 마산형무소 표지석 곁에

늦가을 노랗게 물드는

가로수길을 호젓이 걸어가노라면

흘러간 세월이 출렁일까

 

재판도 없이 학살당한 사람들

아직껏 풀지 못한 한이

분노로 떨쳐 일어선 민주시민들

최루탄을 뚫고 외친 함성이

 

불현듯 내 가슴을 흔드는구나

창동 오동동이 만나는

이 거리에 깃들인 추억이야

눈 감으면 떠오를 수밖에

 

은행잎들이 우수수 지기 전에 

내 못 다한 일을 챙기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그리워하자

비록 오늘은 참담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