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딛고 다시 만날 우리들처럼

2015. 10. 3. 21:53제4부·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가슴 딛고 다시 만날 우리들처럼

 

 

주말이면 완행버스를 타고

전라도 농촌마을길로

땅끝까지라도

훌쩍 떠나곤 했다던

문병란 시인이 내게 준

서점에 없는 판금된

짚단처럼 투박한

그의 시집 <땅의 연가>

오늘따라 유독 그리워라

항쟁 이후 광주에서

만나 뵈었던

참교육 국어교사

민족문학의 등불이었네

"직녀에게" 시노래는

이산의 아픔을

통일의 염원을

사무치게 일깨웠지

몇 차례 이사를 다니며

그때 책들 유인물들

더러는 기증하고

지금 내게야 없지만

그 시절 추억은

두고두고 못 잊을래라

오랫동안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서 잠 못 이루는

가을밤에 문득

내 가슴을 두드리며

참된 문학의 길을

쉼없이 걷자 하는구나

'글자마다 눈물을 흘리는

슬픈 국어시간'이

끝나지 않는 한

시여 무기여 외치며

민중의 희망을

민족의 내일을

함께 열어가자는구나

햇새벽이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