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수영의 풀을 좋아한 이유

2008. 12. 2. 04:05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문예의 길 7부

 

 

 

내가 김수영의 풀을 좋아한 이유

 

 

대학시절 긴급조치가 발효중이었다

유신의 손아귀에서 숨죽인 듯

효원골은 청바지 통기타에 취했다

 

한때 비틀즈풍의 청년문화에 빠져서

다방에서 팝송을 곧잘 들었댔고

틀에 박힌 국어과 강의는 따분했다

 

문학과목이래야 모더니즘 일색이라

송림숲 시화전보다 재미 없어서

어느 날 김수영 평전을 읽게 됐다

 

시여 침을 뱉아라! 는 풍자가 신나서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나는 풀을

외우며 창작과 비평을 손에 들었다

 

그러다가 데모의 열풍이 불어닥쳤고

휴교령 떨어지자 풀은 바람보다

더 빨리 누웠던 유신독재 시대였다

 

그 이후 캠퍼스는 아무런 일도 없이

M1소총 들고 교련수업을 받으며

젊은 가슴엔 낙엽만 수북히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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