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듯 비워둔 너의 자리에서

2025. 4. 14. 12:51<그리운 내 님도 돌아오소>

없는 듯 비워둔 너의 자리에서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온갖 식구와 온갖 친구와
온갖 적들과 함께
적들의 적들과 함께
무한한 연습과 함께 가자고
김수영 시인은 노래하였건만
오늘 슬픈 부고가 날아왔다

김남주 시인의 조국은 하니다
시를 완벽히 낭송하였던
이주형 시인의 고독사
우리 건강한 몸으로
아픈 마음들을 보듬으며
들꽃처럼 강인하게 살아가자는
박노해의 걷는 독서가
이내 가슴을 울린다

평소 찾아보지 못한 사람들
녹색시민 민주시민도
오래 병고에 시달렸다는데
뒤늦게 회한이 밀려온다
어제는 뉴스를 접하니
단칸방에서 쓸쓸히 숨져 간
홀몸 어르신 아프더라

돌봄도 없는 사람들 얼마인가
하루에 열명꼴로 죽어가는
사각지대 비극이
끝나는 날은 언제쯤일까
벚꽃잎 흩날리는 봄날
외로이 떠난 이들 영전에
하얀 국화꽃 한송이 바치며
편히 쉬시라 절 올리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