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텃밭 찬거리로 한끼 때우고
2023. 6. 19. 10:57ㆍ소시집 <내일을 품은 오늘>
상자텃밭 찬거리로 한끼 때우고
명자꽃이 가꾼 상자텃밭에서
상추 깻잎 고추 가져다
아침 한끼 밥상을 차리고
폭염 속에 하루를 시작한다
간밤은 열대야 탓에
깻잎도 오그라들었더니
살아 있어 줘 고맙다
넉넉한 들엔 옥수수꽃이 피고
흘린 땀만큼 수확하며
땅과 말하는 농사형제들
살농의 긴 세월에
우리농산물 지켜내기도
식량자급률도
더 힘들어질 판이건만
방사능 오염수까지 저 난리니
생명의 신비가 깃든 농삿일
그 공을 뉘라서 알랴
도시의 빈 땅 놀리느니
공동체텃밭이라도 일궜으면
오죽 좋으련만
온통 투기판이 돼 버렸다
중성동 골목길 대문 담벼락에
놓여진 상자텃밭 여나믄 개
다행히 모두 살아 있다
유일한 낙이란 텃밭가꾸기에
깃들인 고향마을 향수
남새들마다 짙게 배였다
그래 끈질기게 한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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