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서체에 반한 한글날에

2015. 10. 9. 15:34제4부·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처음처럼 서체에 반한 한글날에

 

 

가갸거겨 우리말을 익히고서

한자 영어 불어 공부에다

에스페란토어란 말까지 배웠지

마산고에서 부산대에

진학하고 또 제2외국어인

일어 독어를 선택했지

사범대 국어교육과 전공이

웬 외국어에 미쳐

젊은 날을 허비했던가

글쓰기 문학을 좀더

연마했더라면 좋았을 걸

세월은 그렇게 흐르고

남북한 국어학자들이 만나

우리말큰사전 편찬을

의논한단 소식에

백두산만큼 소중한 한글을

오늘에사 품에 안아라

한 핏줄 한 겨레의

말과 글이 일치되는

통일의 날이 절절하건만

갑자기 신영복 서체를

사상의 잣대로

이념의 공세로

금지곡처럼 불온시하다니

한글날이 부끄러워라

국사 국정교과서에 이어

이제 글자체까지

통제하는 지경인가

독재자 박정희 서체를

유신정권 미화를

순순히 받들어란 말인가

널리 만인을 이롭게 하자는

한글 창제의 본뜻을

새기고 싶은 오늘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