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 18:33ㆍ산행기/북한산
10월의 마지막 휴일, 관악산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작년 이맘때 북한산에서 해후를 한 지 꼭 1년만이다. 학창시절 벗들과 함께 산을 오르며 우정을 다지는 멋진 만남이었다. 마산창원, 서울 마산고 33회 동기들 60여명이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합류해 숲속 오솔길을 따라 계곡을 한참 타고 올라갔다. 28인승 리무진 안에서 중부로 접어들수록 "서서히 단풍이 보인다"고 소리치던 우리들에게 관악산은 울긋불긋한 풍경을 맘껏 뽐내었다. 80년대 초 서울대- 관악산- 안양 코스를 가 보고 두번째인데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고려 유신들의 망국의 한과 임금을 향한 그리움이 사무친 관악산 연주대 정상을 바라보며 연주암까지 곧장 올랐다. 형형색색으로 단풍든 산은 아름다웠다. 중간에서 서울막걸리, 홍어무침으로 술도 한잔씩 나눴다. 동기들, 부인들 기념사진도 남겼다. 산행 코스는 의외로 수월했고 능선에 올라서니 인파가 많이 보였다. 거의 서울, 경기에서 온 시민들이었다. 관악산은 수도 서울에 자리한 역사의 산이라 맺힌 사연도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군사정권때 숨겨진 데모이야기도 얼핏 떠올랐다. 서울대 뒷산으로 피신하던 학생들과 백골단이 충돌하던 시절도 있었다지.
이날 서울동기들이 애써 가져온 막걸리, 홍어회, 찌짐이 맛났다. 두어 잔 마셔도 이 정도 산이야 끄떡없다. 1주에 1회 산을 타며 심신을 챙긴다는 서울 동기들이 대견스럽게 생각됐다. 나도 한때 광주항쟁 이후 서울 봉천동에서 잠시 머물렀던 기억이 난다. 어쨌거나 서울은 발붙이기 힘든 도시였다. 역시 고향이 제일 마음 푸근했고 활동도 편하다. 관악산 산길을 트래킹하듯 걷자니 주위가 온통 단풍천지였다. 저 건너 산봉우리 바위들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수천년 역사의 파노라마를 지켜보았을 흰바위들을 대하며 회상에 젖기도 하였다.
산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숲속의 오솔길이 정다웠고 도토리나무 갈색잎과도 인사나눴다. 그런데 도토리는 다 어데 가고 열매 하나 보이지 않는다. 관악산의 야생동물들 배고프게 생겼다. 멧다람쥐를 만나긴 했지만 날쌔게 바위 위로 사라져 버렸다. 보통 산 같으면 웬만한 지대에 텃밭, 농막도 있으련만 여기는 등산객 말고는 사람이 머문 흔적이 별로 없다. 쓰레기를 알뜰히 봉지에 챙겨 가지고 일어나 계속 오르니 연주암 들어서는 초입에 동기들이 모여 있었다. 여기서 막걸리를 또 한잔 마셨다. 애초 북한산을 가기로 했는데 중간에 관악산으로 일정을 바꿨지만 좋았다.
관악산 연주암은 인기가 좋았다. 공양받기 위해 줄선 사람들도 이색적이었고 대웅전을 비롯해 절 규모도 꽤 되었다. 서울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연주암이었다. 과천에서 올라오면 화장실이 여기 한 곳밖에 없는 듯했다. 내쳐 길을 걸었다. 헌데 연주대 정상까지 안 가고 서울대 저수지 방면으로 하산키로 돼 있어 아쉬웠다. 다들 뭐가 바쁜지, 하기야 1년만의 만남 뒷풀이가 중요했지만서도. 관악산(631m)은 어찌 보면 동네 뒷산이다. 산길을 따라 죽 걸으면 되고 바위 쉼터에서 아래를 조망하면 된다.
관악산 산행 중에 만난 서울시민들과 인사하고 사진도 찰칵 남겼다. 배드민턴 회원들의 친목산행이었다. 방송국 사람들 같기도 해서 말을 붙여 봤는데. 저 위로 연주대 관악산 정상이 보였다. 웬지 가슴이 저려오는 듯 저기에 배였을 눈물자욱이 눈에 선해졌다. 산에 얽힌 내력을 세세히 찾아보지를 못했지만, 블로그들의 산행기에 연주대만큼은 빠트리지 않았다. 오늘은 이만큼만 보고 다음에 언제 다시 오면 꼭 찾아가리라. 동기들이 벌써 멀리 내려가고 제일 후미에 셋이 남았다. 중간 갈림길에서 행여 길이 어긋날까 기다렸던 모양이다.
계곡은 말라 있었지만 꽤 길고 운치있는 길이었다. 큰바위들이 지천으로 널린 관악산 계곡의 경관이 빼어났다. 지자체 같으면 명소로 안내판도 붙이련만 여기는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등산객들 중에 DSLR 묵직한 카메라를 목에 건 이가 있어 말을 붙였다. "안 무겁습니까? 똑딱이보다 그게 제 격이긴 한데요?" 그러니 "무겁지요. 하지만 제대로 사진을 찍자면 감수해야죠." 한다. 똑딱이를 3개나 써 봤단다. 하긴 나도 그 카메라를 하나 익혀야 할 판이다. 똑딱이로는 인쇄발이 안받고 에러가 많이 뜬다. 관악산은 후지디카로도 충분했지만 좀더 프로다워져야 된다.
서울대 저수지까지 내려오니 널찍한 잔디밭에 동기들이 다 모여 앉았다. 산은 못온 송정환,이윤규, 이학영 친구 등도 보였다. 생선회, 족발, 막걸리, 소주, 맥주 등을 서울 친구들이 정성껏 차려 내놓았다. "친구야 고맙다, 언제 마산 내려오면 우리가 대접하마"라고 인사하며 반갑게 우정을 주고받았다. 재경 이정열 산악회 회장, 총무의 인사를 들었다. 본부 이근욱 회장, 김재환 총무, 제갈웅 산행대장, 유춘광 전총무가 일어나 답사를 하였다. 빙 둘러앉아 모처럼의 회포를 푸는 동기들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북한산에서 본 친구들이 거진 다 참석했다. "내년에 또 다시 만나자~~ 친구들아 정말 고맙데이~~"
그리고 서울대 저수지 잔디밭에서 모교 교가를 함께 불렀다. "태백의 정기~서려 마재에~ 맺힌..."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여기까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모두가 무사히 산행을 마친 것을 축하하며 술잔을 높이 들었다. 최청호, 김상하도 신이 났는지 연신 건배를 하였다. 이날 동행한 부인들의 표정도 밝았고 우정을 같이 나누었다. 막상 헤어지려니 어디 가서 한잔 더했으면 좋겠건만 이만 작별을 해야 되었다. 서울 동기들과 아쉬운 정을 달래며 차에 오르니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드는 친구들의 모습이 정겹게 가슴에 안겼다. "그래 다시 만나자, 친구들아 잘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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