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친선산행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2009. 10. 26. 00:23산행기/북한산

10월 24일 토요일, <북한산 친선산행>을 떠난 이날은 추억 속에 오래 빛날 것이다. 재경 동기들 초청으로 창원, 마산에서 동문가족들 27명이 오전 5시 관광버스에 올랐다. 오랫만에 옛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난다는 설레임과 인구 2천만인 서울의 북한산을 오른다는 기대감에 다들 밤잠을 설친 듯했다. 이근욱 회장, 유춘광 총무의 노고 덕분에 오늘의 뜻깊은 자리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사실 북한산은 <초행길>이었다. 밤새 인터넷으로 북한산을 검색하며 예비지식을 얻긴 했지만 백문이불여일견이었다. 경기도 고양시 효자동 산행들머리에 도착하니 이정열 산악회 회장을 비롯한 동기생들이 두 줄로 죽 늘어서서 본부 친구들을 정말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큰 행사때가 아니면 서울동기들을 본다는 게 쉽지 않은데, 이렇게 그리운 친구들과 악수를 나누니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또 북한산 지도가 그려진 손수건을 우정의 선물로 받았다.

 

 

 

 

 

국사당 앞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A, B조로 나눠 산행을 시작했는데, 나는 B코스를 택해 숨은벽 능선길로 가기로 되었다.  <북한산 숲속길>은 완전히 단풍숲을 이루어 황홀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계곡으로 곧장 올라가면서 보니 간간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단풍잎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곤 했다. 내겐 물소리같이 들렸다. " 사진에 바람소리는 담지 못하고 시로써 표현해야 되겠네요" 웃으며 말하니,  대뜸 동기가 집사람에게 하는 말이 " 이 친구 시인이다" 알려주는 게 아닌가. 그래서 이 산행기를 쓰기 전에 먼저 시를 한 편 다음블로그에 올려두었다. 이날 북한산 산행길 곳곳에서 동기들과 부인들은 추억의 사진을 적잖이 남겼다.

 

 

 

 

 

A조로 앞서간 친구들은 해골바위 방향이라 그랬는데, B조가 <숨은벽 능선길>을 거진 올라서 보니 벌써 집결지점에 도착해 있었다. 서울 친구들은 거의 매주 산행을 한다고 들려주었다. 관악산, 도봉산, 북한산 등을 타며 심신을 챙기고 친목도 다진단다. 오늘같이 마산에서 출발해 먼산을 가기가 쉽잖은 형편에 부럽게도 생각됐다. 북한산 전체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발걸음을 옮길수록 점입가경이었다. 이만한 단풍을 구경하기란 저번 오대산 월정사 문화유산답사때 외에는 아주 드물었다. 삼국시대 이래 전투가 끊이지 않았던 북한산은 왜구의 침입에 맞서 북한산성을 쌓았고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나는 무엇을 볼 것인가?' 라고 산행 출발 전부터 고심했건만, 그만 단풍숲과 거대한 암봉들에 기세가 눌려 현대사의 흔적은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능선길>을 가며 사방을 둘러보니 앞에도 뒤에도 웅장한 바위봉우리들이 우리를 반겨맞았다. 저 멀리 영봉, 오봉, 도봉산과 이름모를 암봉들이 대열을 이루어솟은 풍경이 신비로웠다. 전부가 단단한 화강암으로 아주 옛날 화산분출과 지각변동때 생겨난 기암괴석군이었다. 북한산이 있기에 서울 경기지역 시민들은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생겼다. 산중턱에 핀 빨간꽃이 본부 동기들을 환영해서 피었다고 하니 정겹기 그지없는 산길이었다. 그리고 정말 시라도 읊조리고 싶은 감정이 솟구칠 정도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할 만했다.

 

 

 

 

 

드디어 <인수봉> 건너편 암릉 전망대바위에 다다랐다. 바윗길에 산행 인파도 많고 절벽지대라 아찔한 느낌도 받았다. 그렇지만 사진을 찍어보니 북한산 바위능선에 사람들이 빼곡하였다. 돌개바람이라도 불거나 하면 위험할텐데도 아랑곳없이 서거나 앉은 품이 자못 여유롭게 다가왔다. 친구들은 암릉에서 막걸리도 한잔 했다는데 나는 암릉끝까지 가질 못했다. 우이동 도선사 방향으로 하산하기 위해 중간지점에 모여 간단한 요기를 하며 가져온 국순당 막걸리를 몽땅 비웠다. 오전 10시반경에 출발해 국사당- 단풍숲계곡- 숨은벽 능선- 인수봉 건너편 암릉- 도선사 우이동길 코스로 무사히 내려오며 우리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의 시간을 가졌다.  

 

 

 

 

 

이정렬 산악회 회장의 안내설명을 듣고 <하산코스>로 접어들어 보니 주위가 온통 단풍천지였다. 오솔길을 걸으며 내려가는 동기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언제 다시 북한산을 찾을 날이 있어야겠건만 기약은 없다. 단지 서울 동기들이 "이번 겨울에 북한산에 다시 한번 오라"는 말만 들었다. 아이젠을 차고 오른다 해도 무척 미끄러운 길이 북한산일 것이다. 33산우회에서 겨울 태백산, 속리산은 다녀왔는데 그것과 비교할 게 못된다는 얘기였다. 서울 동기들의 북한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곳곳에서 찍은 동기들, 부인들의 사진을 올려보니 다들 이쁘게 잘 나왔다.

 

 

 

 

 

려오면서 운좋게 인수봉 뒷모습을 촬영해 두었다. 보면 볼수록 신비한 바위봉우리이다. 도중에 올라오는 중학생, 아이도 만나 한컷 남겼다. <북한산국립공원 탐방로> 안내판이 보였다. 오늘 산행코스는 그리 힘들지 않게 잡은 편이라 북한산의 면모를 제대로 알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오후 2시반경에 도선사 우이동길에 도착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택시에 분승해 우이동 족발집으로 향했다. 정말 오랫만에 서울, 본부 친구들이 모여 회포를 푸는 자리였다. 재경 회장, 총무가 준비하느라 꽤 수고많았겠다.

 

 

 

 

 

<뒷풀이> 자리는 실로 감회가 깊었다. 초중고 동문인 송정환 친구도 모처럼 만나 기뻤다. 세월은 흘렀어도 옛 모습은 그대로 간직한 고교 동기생들의 얼굴은 그리 늙지 않았다. 재경 회장, 본부 회장, 재경 산악회 회장, 본부 산악회 회장 인사와 건배제의가 잇따랐다. 산중에서 점심도 제대로 못 챙겨먹고 내려온지라 우정이 담긴 술과 안주가 인기를 톡톡히 누렸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두 줄로 늘어서서 이름을 부르며 작별의 인사와 포옹을 하던 친구들...정말 고맙다. 적어도 1년에 한번쯤은 이렇게 만나서 우정을 나누자. 저마다 가슴에 솟구치는 격정에 눈물이 글썽거리도록 반가웠고 기뻤다. 이날 북한산 친선산행은 추억 속에 오래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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