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촌평/ 담배 은박지에 쓴 섬마을선생님의 힐링숲 ^^

2016. 5. 19. 17:51시집 촌평^^






담배 은박지에 쓴 섬마을선생님의 힐링숲


                                                                                                                                - 블로그 이웃 김미희 (전 국회의원)



이번에 해당화님의 시를 읽으니 이중섭의 담배 은박지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 이중섭 화백의 그림을 알아주지 않아 화폭을 마련할 돈이 없어 담배를 싼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지요. 그렇지만 오늘날 그는 훌륭한 예술가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해당화님은 담배 은박지 대신 블로그에 시를 썼고 그 시를 모은 블로그북을 인터넷으로 발간하였으며 온몸으로 쓴 시가 넘칠 때 시집을 내어 보릿고개를 넘겨왔습니다.

해당화라는 필명에 나타나듯 그는 섬마을에서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던 선생님이었습니다. 유신독재 시절 긴급조치 9호 때문에 교사자격을 빼앗긴 때로부터 40년 동안 온갖 고생을 해오고 있습니다.

저는 해당화님의 이번 시집에서 <5부/ 내 마음의 봄날까지>에 담긴 시 가운데 제 마음을 울린 구절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내 마음의 봄날이 올 때까지- ‘부대끼면서’ ‘더 써보자’ 스스로 선택한 시인노동자의 삶을 성실하고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늦은 저녁을 같이 해 먹으며- ‘일식삼찬’ 시와 함께 있는 사진에는 일식이찬 뿐이었습니다. 그의 시들은 바로 소박한 밥상을 그대로 빼어 닮았습니다.

바람찬 거리를 서성이며- 그대로 노래를 만들어도 좋을 만한 운율입니다.


세월은 가도 생의 흔적은 남는 것- 해당화 시인이 시를 쓰는 마음가짐과 시인으로 사는 이유를 담은 시입니다.


‘시인에겐 한 편의 시가

힘이고 구원이었네’

‘악법같은 어둠이 빛을 넘봐도

내일 동트는 새벽을

막지 못하는 법이거늘

내게 주어진 길을

쉼없이 함께 가야겠구나’


봄을 부르는 한송이 꽃- 2016년 3월 2일에 쓴 이 시는 ‘민초들의 분노가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들어 내리라’ 예감한 시처럼 느껴졌습니다.


복수초가 피었네

봄의 개화

언 땅을 뚫고 솟은

저항의

봄소식이런가

이 산 저 들

온누리에

민초들

깨어나는 소리

귓가에 들려

내 가슴은

뛰노라

끝내 이루고야 말

사랑이여

빼앗긴 봄날을

찾아가리라


날고 싶어도 날 수가 없는 새- 얼굴을 본 적도 악수한 적도 없는 사람과 이렇게 공감하다니 ‘진짜 시인’이시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자정도 넘은 시각

잠 못 드는 꽃

찬비 맞으며 길가에

핀 보랏빛 꽃

사순 시기

광야의 고난을 선택한

그 길을 따라

지금은 창살에 갇힌

가수 한 사람이

애달피 떠오르는 한밤중

파랑새를

절절하게 부르던

그녀는

돌 우에 핀 꽃이었네

얼굴을 본 적도

악수한 적도 없지만

필이 통하던

우리시대의 꽃

3.8 세계여성의 날에

면회 대신

한 편의 시로나마

내 마음

전하고 싶어라


나는 왜 3.15를 거꾸로 찍었나- 창원(마산)시민들에게 간절하게 당부하는 기도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보내는 호소이기도 합니다.


‘악법에 눈을 감지 말고

어느 땐가 꼭 찾아오고야 말

민주주의의 봄날을

기다리며 깨어 있으라

어둠을 헤치고

동트는 새벽은 밝아오리니’


오늘에서야 고해성사를 봤다- 해당화님은 시 뒤에 ‘공동선 실천을 위한 지향을 갖고 평신도로서 지역사회 공동체에 작은 밑거름 역할이라도 하기를 바라며 성당에 나갔던 첫마음을 다시 헤아려 보게 됩니다. ^^’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살기가 힘들지만 내가 복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에 작은 밑거름 역할이라도 하기 위해 성당에 나갔다는 그의 마음이 돋보입니다.


이상한 정리해고 한국산켄은 들으라- 몇 마디로 외국자본의 탐욕을 고발하고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시인이 참 부러웠습니다.


‘이윤만 챙기고 떠나가는

먹튀 일본기업이 여기 있구나

생산부문 폐지 일방통보로

청춘을 바친 60여명 노동자들을

내쫓기로 결정하였다니

이건 해고살인이어라

고용창출 없는 외자기업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봄꽃 피는 그 동네를 돌아나오며- 떠나가야 하는 이들의 억울한 심정을 알아주는 시인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재개발동네 지나는 길에

적목련이 피었구나

4.13 총선은 시작되었건만

살부비며 살던 곳에서

떠나가야 하는 이들

억울한 심정을

알아주는 후보 하나 아쉬운

토건족 세상이런가’


명자꽃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일할 때는 피곤과 씨우고 생활할 때는 가난과 전쟁을 하면서도 명자꽃님과 함께 하기에 무한하게 힘을 얻는 시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늘상 피곤한 장사일에다

카드 결제 급급하니

헬조선이 실감나구나’


내일에 살고 싶은 내 마음은- 재심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명자꽃과 혼배성사를 하는 날이 해당화님에게는 40년 광야생활을 끝내고 가나안땅에 들어가는 날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소원을 뒤로 하고 여소야대 정국과 민중의 진출을 염원하는 시인의 마음이야말로 ‘힐링의 숲’이라고 믿습니다.


불종거리 저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 때면

나는 어디쯤에 서 있을까

14번째 시집을

보급하느라 바쁠까

아님 이사온 양덕동에

살림을 꾸리고

혼배성사도 올릴까

두 가지 다

지금부터 밀어붙인다면야

못할 일도 아니겠건만

병신년 올해 가을은

여소야대 정국이

요동쳤으면 싶어라

절망의 오늘을 박차고

다시 거리로

나서는 이 땅 민중들을

마음 속에 그리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