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생의 흔적을 새기며

2016. 1. 12. 19:04서시·잊지 못할 생의 흔적을 새기며

 

 

 

<서시>

 

잊지 못할 생의 흔적을 새기며

 

 

저물무렵 산은 어둡고

낫같은 달은 빛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네

버스를 타고 가며

머릿 속에 생각는 것은

또 한권의 시집을

펴낸다는 일이어라

폭정의 세월에

시인 노릇하기 힘들건만

나에겐 결단이구나

한 편의 시가

고단한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거늘

노동자 서민의 삶과

겨레의 운명을

내가 선 자리에서

칼바람 부는 길 위에서

땀흘리며 써내려 간

<그 길에 길동무

없을 리 없고> 시집을

험한 세상 속으로

이제 떠나보내야 하는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제 갈 길을

가야만 하는

해당화 시인이 부대껴 온 

생의 흔적을 남기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