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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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쑥부쟁이꽃
한여름밤의 쑥부쟁이꽃 입추를 앞둔 토요일 쑥부쟁이 하나 텃밭가에 피었구나 집 나서다 마주친 밤에 핀 저 꽃 왠지 잠 못 이루는 밤 시인의 심사처럼 뜬 눈으로 밝히는가 밤하늘에 뜬 달을 찾는 이 귀하듯 산길도 아닌 골목길 한켠에 얼굴내민 작은 꽃에게 눈길주는 그 한 사람 드물지 않더냐 시대의 감옥살이에서 야생초를 그리고 편지를 부친 양심수들 사색의 흔적들이 되살아 오는 듯 함께 맞는 폭염 속에 의연히 솟은 쑥부쟁이꽃 한 송이 내겐 길동무인 양 말을 건네어라
2022.08.06 -
장맛비 속의 텃밭가에서
장맛비 속의 텃밭가에서 새벽부터 장맛비 내리고 텃밭도 해갈되겠네 가문 대지를 적시는 단비 아직 피해는 없겠거니 3배로 뛴 채소류 안오른 게 없는 물가고 장보기 겁난다고 주부들은 아우성이지 모심기철 올 농사는 과연 제값받을까 걱정일세 농정 예산은 깎이고 적자농사 한숨짓건만 스마트팜만 요란하구나 동네 공터를 살려 텃밭 일구는 그 마음이 살림에 보탬이 될까 땅과 말하는 아낙 치유의 힘이 있다지 새들도 벌들도 날아드는 동네텃밭을 대하니 장마철이 가뿐해져라
2022.06.24 -
작은 것이 다시 아름답다
작은 것이 다시 아름답다 첨엔 몰랐다 땡깔을 물어서 알고 보니 작고 까만 열매에 담긴 추억도 많더만 늘 앉아 쉬던 텃밭가 그 자리 야생초가 까마중이었더라 검은고양이에게도 그늘막이 됐다 달콤시큼한 옛 맛에서 잊고 지내는 풀꽃나무의 존재가 새삼 반가웠다 땡깔꽃이 아기자기하게..
2013.08.12 -
그래 언제 한번 가 봐야지
그래 언제 한번 가 봐야지 텃밭가에 앉아 쉬며 더위를 식히다 저 풀벌레 울음소리가 옛 생각을 떠오르게 하누나 1980년 여름 꼭 이맘때 신지도 섬마을의 밤 개굴개굴 울던 그 소리가 들리네 그때 그 시절 중학생들은 못 다 가르치고 학교를 떠나야 했던 국어선생을 기억하고 있을까 핏빛 ..
2013.07.09 -
처음 가는 길로 가 보자
처음 가는 길로 가 보자 잔인했던 여름은 가고 그새 가을이 왔구나 귀뚜라미 풀숲에서 노래부르는 별밤이여 유난히 밝은 별 하나 못 잊을 사랑처럼 내 가슴에 빛나는가 선선한 바람 불어오는 텃밭가에 나앉아 담배 피는 시인에게 새벽까치는 찾아올까 민들레는 다시 피었고 질경이 한데 어울려 끈질..
2011.08.26 -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오동잎이 툭 떨어집니다 영지 술을 마시고 텃밭가에 나와 앉았습니다 밤하늘은 흐리지만 날이 밝으면 귀성길이 시작됩니다 보름달처럼 밝은 세상은 언제나 볼까요 낼 모레가 추석입니다 이대로 못 돌아가리 노래구절이 떠오릅니다 고향마을 그립습니다 밤새 풀벌레소..
2010.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