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하(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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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마음 산천은 알아주리라
진달래 마음 산천은 알아주리라 궂은 비 내리는 길가에서 목발을 짚은 채 막 출소한 이인모 노인 거처도 없던 장기수 그때 아버지로 모시겠다며 감시를 두려워 않고 선뜻 손잡아 준 그 사람 기억이 되살아 나는구나 군사분계선은 다시 닫히고 정벌전쟁 운운 시국 송환되지 못한 비전향 장기수 하나둘 돌아가시고 37년 감옥 살고 당당히 출소한 백절불굴의 애국투사 구순 나이 양희철 선생은 시집을 펴냈네 이 산하의 피어린 자욱을 일일이 답사하며 산에서 싸운 빨치산 이야기들 한줄 한줄 써내려 간 싯구에 살아 숨쉬는구나 녹슬은 해방구에 서린 못다 이룬 염원이 진달래처럼 피어났어라 반년간지 봄호 출간기념회 자리에서 민족통일문학상의 꽃다발을 그의 품에 안겨주었어라 종군기자 이인모 선생처럼 송환되었더라면 환영 인파와 함께 누렸을 ..
2024.04.21 -
남도의 4.3꽃을 기억하시나요
남도의 4.3꽃을 기억하시나요 오늘 아침에 저 꽃 보았네 핏빛 붉은 꽃 동백꽃 제주 4.3 76주년 못 다한 항쟁인 양 봄바람에 피어났는가 한라산 유채꽃도 아픈 상처를 보듬고 이 산하에 솟아났는가 풀지 못한 한들이 조국통일의 비원이 알알이 맺혀 내 가슴에 사무치는가 억울한 죽음들 비명소리 끝없어라 이제 잊지 말라는 듯 한데 어우러져 핀 고운 꽃넋들 동백꽃이여 통일세상 그날에 활짝 웃으며 돌아오라
2024.04.03 -
지리산에 차례상을 올리며
지리산에 차례상을 올리며 지리산 아흔아홉 구비 저 능선 저 골짜기 꽃도 십자가도 없이 찢겨진 이 산하에 잠들어 있을 꽃넋들이여 술 한잔 붓고 절 올리는 성묘길 억울한 죽음들 그 얼마나 많았던가 동학혁명부터 일제하 해방정국 한국전쟁 전후까지 격동의 현대사 피어린 산맥이었어라 떠도는 원혼들 눈 못 감은 전사들이여 해방구는 녹슬고 세월은 멀리 흘러도 그날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으리니 잊지 말 일이다 저 흰눈 쌓인 천왕봉에게 안부인사 전하며 차례상을 올리노라 반란의 산 지리산이여
2024.02.10 -
내 사랑 한반도에 평화란 없다
내 사랑 한반도에 평화란 없다 눈보라 몰아치는 이 산하 최전방 철책선은 안녕한가 새해벽두 휴전선은 이제 국경선이 되었다 동족이 제1적대국으로 통일이 점령으로 두 개의 국가로 나눠 버린 사상초유의 대격변기 백악관도 북이 만만찮다고 남한에 훈수를 둔다 화해니 협력이니 말들이 다 사라져 버렸다 서해 5도 접경지역 소식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단 한발의 포성이 전면전으로 번질 참이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8천만 겨레란 단어도 삭제된 냉전의 섬 정녕 두번째 휴전은 없다
2024.01.24 -
우리는 어차피 한배의 운명이니
우리는 어차피 한배의 운명이니 살면서 어느 순간 만나는구나 10여년 전부터 페북으로 소통하던 박금란 시인 어느새 세월이 멀리 흘러 민족 민중 자주를 지향하는 민족작가연합 공동대표가 되어 오늘 대구갔다가 부산 들르고 문기훈 노동자시인과 함께 마산 시인의 집까지 먼 길을 달려와 주니 반가워라 누군가 이렇게 뛰어야 여럿이 함께 가는 이 길이 험난하지 않고 웃으며 민족의 운명을 헤쳐나갈지니 어언 칠순의 동갑내기 당당한 자주의 민족시인 그 한 사람이 소중스러워라 몸은 못 따라가도 내 마음은 언제나 곁에서 이 산하의 꽃넋들 못다 이룬 염원을 안고 산자여 따르라! 그날 맹세처럼 저 민중의 바다로 우리 강물되어 흘러 가리라
2024.01.08 -
지리산에 눈꽃은 피었는데
지리산에 눈꽃은 피었는데 붉은 단풍잎이 지고 흰옷으로 갈아입는 산 잠 못 드는 꽃넋들이 나에게 묻는다 전쟁은 끝났는가 못 다 이뤘던 염원은 고사목처럼 남아 이 산하에 사무쳤건만 평화의 길은 멀고 대결은 첨예하여라 무기팔아 먹고 사는 미국의 수상쩍은 행보들 유사시 대비책이란 전쟁하겠다는 것 핵폭풍이 일겠구나 어디 피할 곳도 없이 이 강산 곳곳이 아수라장이 되는 날이면 생존배낭 꾸린다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지리산에 핀 눈꽃들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내 사랑을 지키자는 타는 마음이어라
2023.11.15 -
꿈속에라도 기어이 가고야 만다
꿈속에라도 기어이 가고야 만다 민노래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요금 오만원 외쳐 부르던 그 시절이 훅 끼쳐 오는 날 잊지 못할 얼굴들 있네 신념에 가득찬 목소리로 통일은 됐어! 일갈하던 문익환 목사 꿈을 비는 마음이 내 가슴에 살아 있어 이 산하에 산화해 간 꽃넋들 못다 이룬 염원도 남북통일 시를 쓴 죄 내 젊은 날도 헛된 세월 아니었어라 한겨레가 손맞잡는 그날 자유로이 출퇴근할 분단선 판문각이 역사박물관으로 될 통일세상이여 꼭 오리라 정전 70년 냉전의 섬에 포화소리 가득하여도 언젠가 평화가 깃들 내 사랑 한반도여 부강한 조국 이루리라
2023.08.25 -
산나리꽃에 깃든 내 마음에게
산나리꽃에 깃든 내 마음에게 게릴라성 호우가 쏟아진 뒤 상자텃밭 담벼락에 산나리꽃이 피었어라 지리산 벽소령 가는 길에 숲속길에서 만났던 꽃 왠지 꽃넋들 같아 오래 가슴 속에 남아 있던 이 산하의 야생화 내 눈길을 사로잡는구나 잠시 시름도 잊고 바라보는 꽃 고와라 주택가 길에 내놓은 화분들 꽃을 키우는 그 마음을 새삼 깨우치는 날 소소한 즐거움을 맛보아라
2023.07.11 -
능소화가 필 무렵이면
능소화가 필 무렵이면 새들도 잠든 한밤중 비는 내리는데 담벼락 위에 능소화가 그리움처럼 피었네 눈에 선한 옥계 바닷가 고향길 황톳빛이 꽃잎 속에 어렸구나 어젯날 까치가 울고 행여나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까 기다린 석전동 글감옥 시절 골목길 어귀에 능소화가 피었댔지 내겐 상처꽃이네 찢겨진 이 산하에 철망 앞에서 붉은 담장 하얀 방 창살에 갇혔던 내 젊은 날도 해직의 세월도 이제는 추억이건만 풀지 못한 한들이 되살아 오는 검찰독재 시대 저 능소화 꽃말처럼 사무친 기다림은 끝나지 않는가 버티고 이겨내어라
2023.06.21 -
오월광주여 영원하라
오월 광주여 영원하라 해마다 오월이 오면 광주여 영원하라 목놓아 외쳐 부르노라 80년 분노의 거리 함께 싸웠던 금남로 내 젊은 날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총탄에 뚫린 자욱들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핏빛 꽃잎이 생각나 저 학살 원흉들을 난 용서할 수 없어라 교단에서 해직됐지만 시는 살아 남았다 지금도 망월동에 가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오월꽃 영전에 바치리 철쭉꽃이 붉게 핀 슬픈 이 산하여 사람사는 세상 그날까지 항쟁은 끝나지 않았다
2023.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