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살이(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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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린 여기서 살아간다
그래도 우린 여기서 살아간다 합포만에 태양은 떠오르고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서민들의 삶은 늘 고단하다 그래도 우린 살아간다 씀씀이를 줄여도 물가고에 주머니는 비고 공과금도 버거운 날 토란국 끓여서 김장김치로 한끼 밥 챙겨 먹고 저마다의 일터로 나간다 각자도생 도시살이 인심마저 각박해져 갈지라도 더불어삶 공동체를 쉼없이 찾아가야겠지 무너지고 거꾸로 돌아가는 통탄할 겨울공화국 창동에 탄핵촛불이 켜지고 못살겠다 갈아보자 외침이 터져나오는 거리 마산이 다시 일어서는 그날 굽은 세상을 바로 펴리라
2023.12.09 -
고향집에서 무를 보내온 날
고향집에서 무를 보내온 날 명자꽃 합천 고향집에서 무를 보내왔구나 도시살이를 하더라도 뗄래야 뗄 수 없는 농촌의 소중한 작물 시장 수급조절 하느라 어디선 무를 갈아엎는단 소식도 들려오니 서글픈 심정이건만 자식 챙기는 부모 마음 월동무에 담겼어라 겨울비 내린 오늘 저녁에는 무김치를 담가 소박한 밥상을 차렸네 자루쌀도 시래기도 양파도 된장도 챙겨다 주는 시인의 집에 쌍백 안계마을 황토밭 농사지어 거둔 그 손길이 둘도 없는 사랑이어라 사는 게 고달파도 무가 서로를 토닥거려라
2023.11.17 -
상자텃밭에도 봄비는 내리고
상자텃밭에도 봄비는 내리고 바닷가에 살면 고둥도 잡고 파래도 뜯어다 쓰련만 도시살이 흙 만지기가 어려워 담 아래 상자텃밭이라도 호미로 일구며 가꾸는 명자꽃 아낙 심사를 뉘 알랴 상추 머구 쪽파 고추 민들레 남새들 수확하니 찬거리가 쏠쏠하더라 곳곳에 빈집 빈땅이 보이건만 공동체텃밭은 귀하고 테두리만 쳐 놓았더구나 고물가에 장보기도 겁난다니 손수 길러서 먹겠다는 저 도시농업에 깃든 마음이 어디 찬거리뿐이랴 농사꾼의 딸 향수가 아니랴 더위를 식혀 주는 봄비 내리는 해당화 시인의 거처에 상자텃밭 남새들이 젖는다
2023.05.18 -
들으라 청년들의 아우성을
들으라 청년들의 아우성을 청년도 빚에 시달린다지 영끌 대출 사업 실패 학자금 대출까지 어느 청년은 고시원에서 이력서들만 쌓인 채 고독사했단 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이제 노동시간 주 92시간 밀어부친다면 과로사 저출산 비명소리 아프게 울려퍼지지 미래의 희망이어야 할 청년세대에게 빛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시대 각종 정책자금 쏟아붓고 청년몰 귀농 귀촌 귀어 성공담을 들려주지만 도시살이 농촌살이 이대로 가면 버티기 힘들지 3고시대 생존도 아슬한데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 전쟁나면 젤 먼저 총알받이 불안감 떨칠 수 없으니 오죽하면 퇴진이 답이다 성난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젊다는 게 한 밑천도 옛말 더 늦기 전에 말이야 청년이 살 길을 마련하라
2023.03.14 -
노란 배추꽃 핀 텃밭가에서
노란 배추꽃 핀 텃밭가에서 포클레인이 파 헤쳐논 공터 겨울에 뿌린 배추씨가 어엿이 꽃대가 올라왔구나 봄동 잎을 뜯어다 쌈 싸먹으니 찬거리로 요긴하더라 천둥번개 치고 비오는 일요일 마침 지리산 의신마을 대성리 산불도 잦아들었다지 꽃샘추위 강풍에 가슴졸였는데 다행이야 작은 풀꽃들 얼굴을 내민 철거된 집터 귀퉁이에 피어난 노란 배추꽃이 반가워라 동네 바깥 멀리 가지 못해도 흙길 흙손 보기가 귀한 도시살이에서 텃밭 하나가 소소한 행복을 주려니 상자텃밭이라도 가꿔야겠네 노동의 대지 산에 들에 싹 틔우는 봄을 어찌 막으랴
2023.03.12 -
부림시장 떡방앗간에 들러서
부림시장 떡방앗간에 들러서 이른 아침 6.1 지방선거 사전투표 가는 길에 부림시장 떡방앗간에 들러 텃밭에서 수확한 쑥을 쑥설기 만들어 먹을려고 맡기는 명자꽃의 손길 인정이 메마른 도시살이에서 잃어버린 풍경같아라 지금은 밀가루 빵집에 밀려 힘들 것도 같건만 옛 정취가 남아 있는 그곳 나부터 떡으로 입맛을 바꿔야 할까 부다 갈수록 줄어드는 쌀소비 수입밀은 늘어만 가고 우리것 신토불이 농작물을 즐겨찾고 애용하자던 마음가짐은 어디 갔는가 쌀하고 쑥하고 챙겨 떡방앗간에 삯주고 주문하는 그런 사람 드물어라 사라져 가는 고향의 맛 쑥떡 하나에 담겨 있어라
2022.05.27 -
꿈엔들 잊힐 리야 고향마을
꿈엔들 잊힐 리야 고향마을 언제 찾아가고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 둘도 없는 행복이란 걸 나이들어 깨우쳐라 뽕나무에 오돌게 열리고 앞산에 뻐꾸기 울고 아카시아 향기 날리는 황토길 그곳으로 늙으신 부모 걱정돼서 동생네와 함께 합천 쌍백 안계 친정에 다녀온 일요일 고향집에서 백숙 해온 명자꽃 얼굴이 모처럼 활짝 폈어라 일찍 찾아온 더위에도 나무숲에 바람불어 여유로이 쉬기 좋은 곳 산소에 술 한잔 붓고 표고밭도 살펴보고 집안 청소 다 해 놓았건만 엄마 실명될까 애타고 오빠 건강도 염려된다며 맘 편지 않다는구나 도시살이 오동동에선 작은 텃밭 일굴 수 있으면 고향의 맛 보려니 내친김에 잘 갔다왔네
2022.05.23 -
엄마의 보따리에 깃든 마음
엄마의 보따리에 깃든 마음 텃밭 상추도 타버릴 것같은 이상기후 폭염 속 집사람 고향 합천에서 엄마가 손수 기른 남새 꾸러미를 보내왔네 고관절 두 차례 수술로 돌봐주는 이 없이 홀로 고향집을 지키는 장모님 찾아뵙지도 못한 채 늘 마음만 안쓰러운데 조선오이 노각 감자 마늘에다 파리약까지 챙겨 도시살이 자식걱정에 성치 않은 몸인데도 동생 편에 들려 전해줬구나 인증샷을 페북에 올리는 명자꽃 그래도 자식이라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모의 사랑에 만감이 교차한다며 백신 맞으면 달려가겠다고 소감글을 올려 놓았네 예전같지 못한 고향살림에도 엄마의 정성은 변함없어라
2021.07.25 -
산중 텃밭이 때로 그립다
산중 텃밭이 때로 그립다 한달 새 휩쓸고 갔던 세 차례 몹쓸 태풍에도 회원골 산중 텃밭 저 감나무 탱자나무 무사히 서 있구나 작은 계곡 나무다리도 큰 바위도 쓸려간 가을 풍경은 돼지열병 살처분처럼 자못 씁쓸하더라 들녘의 벼도 쓰러지고 과일도 떨어지고 채소도 흙탕이라지 김장배..
2019.10.11 -
휴가도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휴가도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어디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 수박을 베어 먹으며 서로 웃음을 지을 수 있다면 오죽이나 행복할 것인가 모깃불을 피워 놓고 별밤에 풀벌레소리 듣는 오붓한 하루가 그리워져라 각박하게 쪼들리며 고단한 장삿일을 이어가는 자영업자의 한숨이 저기선 들리지 ..
2019.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