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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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밑에 선 봉선화가 지던 날에
울 밑에 선 봉선화가 지던 날에 그렇게 푸르른 소녀들의 꿈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14살이었던 김재림 할머니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시켜 준다길래 따라나섰던 1944년 전범 일제의 강제동원 근로정신대 과거사여 미쓰비시는 사죄 배상도 않는데 면죄부를 준 윤석열 정부 제3자 변제가 웬말이냐 모진 세월을 증언하고 싸웠건만 대법 확정판결을 못 본 채 전남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 93세 한 송이 봉선화가 붉은 눈물을 흘리며 떨어졌다 하나둘 떠나가는 생존자들 생전에 못다 푼 한을 우리가 풀어드려야 하였건만 깊은 회한과 분노가 산자들의 가슴을 치는가 손배소송에서 고법까지 승소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김재림 할머니 떠난 그 자리에 "73년을 기다렸다! 미쓰비시는 사죄하고 배상하라!" 사무친 외침이여 이 산천에 울..
2023.07.31 -
세월은 가도 삶의 흔적은 남는 것
세월은 가도 삶의 흔적은 남는 것 세월이 바람처럼 휙휙 지나갔다 살아온 길과 살아갈 길을 호젓이 돌아보는 시간 내가 받은 학교교육이란 헛되더라 사회교육이 더 필요한 시대 세상이 바뀌지 않고서야 어찌 참교육이 가능하겠는가 신영복 선생의 붓의 길도 김남주 시인의 시의 길도 민족의 운명과 민중의 내일을 위하여 흘린 노동의 땀방울이니 고난인들 왜 없으랴 삶이 바로 서지 않고서야 인간의 땅에 꽃을 피우겠는가 사라지는 과거사는 없다 역사는 도도히 흘러가는 것이거늘 산 이와 죽은 이의 흔적은 세월이 가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은 노동자 민중의 촛불염원은 오늘도 내일도 불타오를 것이다
2023.02.16 -
붉은 단풍잎 하나 내 가슴에
붉은 단풍잎 하나 내 가슴에 설악산에 첫눈이 내리고 덕유산에 상고대가 맺혔다네 올겨울이 일찍 오려나 붉은 단풍잎 하나 내 가슴에 내려 앉는다 계절은 또다시 바뀌겠지만 풀지 못한 과거사는 영영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에 시효가 없듯 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종일 찬바람 불고 추워지는 날 이상기후인가 전기 가스 기름 다 올라 벌써부터 걱정이라지 요즘 세상도 거꾸로 돌아가니 없는 사람들은 어찌 살까 내 발걸음도 무겁구나
2022.10.11 -
할머니에게 평화의 노래를
할머니에게 평화의 노래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맞이하며 마창진시민모임 제 단체들 청소년 문화모임들 문화광장에 모였어라 아베 이후 기시다 총리도 사죄없는 전쟁범죄 할머니들 사무친 한도 풀어주지 못한 참 부끄러운 우리나라 오늘은 경남의 청소년들이 인권 자주 평화를 위하여 욕된 역사를 잊지 않고 함께 하겠노라고 문화공연을 펼치는구나 구천을 떠돌고 있을 원혼들 평생을 기다려 왔던 그 한마디는 사죄이거늘 한맺힌 과거사를 어느 누가 묻어두자 하는가 피울음처럼 비는 내리는데 평화나비의 날갯짓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으리 명예회복 그날까지 우리의 약속을 지키리라
2022.08.12 -
능소화는 다시 피었건만
능소화는 다시 피었건만 한여름 길가에서 마주치는 꽃 기다림이 꽃말이라는 상처꽃이 아니던가 붉은 담장 너머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소식이 날아올까 설레이던 내 젊은 날 옥살이도 악법도 강제해직도 간절했던 적폐청산은 미완성인 채로 어제 오늘도 하 기다리는 세월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받았는가 시대의 과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세상을 갈아엎자는 나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2022.06.18 -
창원유족회와 밥 한끼 나누며
창원유족회와 밥 한끼 나누며 바람찬 초겨울밤 구암동에서 창원유족회 노치수회장과 밥 한끼 하자며 모인 사회단체 인사들 반가워라 소녀상 낙동강 기후위기 오마이뉴스 기사 통일촌 소식도 나누며 피터지는 고통의 세월을 보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피해자 유족들 이야기 보도연맹 재심 재판 그간 속사정을 들었다네 특별법이면 오죽 좋으련만 일일이 찾아다닌 노회장 아픈 몸에도 쉼없는 그 열정에 박수를 보냈어라 바쁜 일정 탓에 먼 거리라 못온 탓에 시간되는 몇몇 분들과 함께 오붓한 한가족처럼 서로 수고를 위로하였네 천년을 두고 울어주리라던 한이 어서 풀리기를 아픈 과거사 해결되기를 위하여 한잔 술 들었네 예전같이 함께 가자 이 길을 노래 한곡 손잡고 부르며 작별인사 할 법도 한데 이번 경남유족회 추모제에서 보기로 하고 ..
2021.11.11 -
초승달이 사무치는 봄밤
초승달이 사무치는 봄밤 노동의 대지 위에 뜬 저 초승달은 왠지 날선 비수처럼 사무친 한이 번뜩이네 폭정의 시대는 가고 억울한 과거사들 이제 명예회복 국가배상 하랬더니 고통의 세월을 가슴앓이한 숱한 이들 재심조차 더딘가 민간인 학살 유신독재 긴급조치 국가보안법 조작 청산할 과제들 손꼽아 보면 많아라 봄밤 거리에서 바라보는 초승달 이내 마음 알까 코로나로 썰렁해진 시내 중심가 민생경제는 바닥인데 보수양당 정치꾼들 투기꾼들만 배불리는 미친 세상 분노가 서린 듯 조선낫처럼 날카로이 빛나는가
2021.04.19 -
소금꽃나무의 복직 길을 열어라
소금꽃나무의 복직 길을 열어라 눈보라 몰아쳐도 멈추지 않는 희망뚜벅이의 저 길 세찬 바람을 길동무하며 소금꽃나무 김진숙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쇳덩이 용접사였던 그녀의 한생은 고난의 길이었다 군사독재 시대 민주노조를 지키려다 고문과 투옥 그리고 해고된 지난 시절의 악몽 어찌 악랄한 자본뿐이랴 인권마저 짓밟은 국가폭력이 버젓이 저질러진 과거사를 왜 외면하는가 밤하늘 별마저 분노로 떨고 새벽하늘도 붉게 타는데 정년을 넘기도록 돌아가지 못하는 해고노동자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야만의 시대 아픔이런가 아무도 기적을 말하지 않을 때 눈물 하나가 다짐이 되어 온몸으로 기적을 만들어 가는 스스로 역사가 되어가는 사람들 간절한 소망을 내치지 말라 행여 각서 운운 말고 김진숙의 복직 길을 열어라
2021.02.05 -
돌아오지 못한 원혼들이여
돌아오지 못한 원혼들이여 단풍잎이 다 질 무렵 어언 70년 세월 숨죽여 살아야만 했던 피울음 삼켜야만 했던 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피해자 노인네가 된 유족들에게 이제서야 열린 과거사 재심 법정에서 무죄 판결이라니 국군 경찰에 남편잃고 미군에게 자식잃은 93세 황점순 할머니 소식을 듣자 내뱉은 말 "그래도 볼 수도 없다 아이가" 한마디가 돌아오지 못한 억울한 영혼들을 부르는 통곡소리이더라 경남도 합동추모제 진혼무에 깃든 한들을 언제나 풀 수 있을까 학살의 산들강바다 그날의 원혼들이 고향산천에 돌아올까 가슴앓이 긴 세월 기다림이 끝이 날까 통한의 역사를 곱씹어보는 오늘이어라
2020.11.23 -
세월호는 과거사가 될 수 없다
세월호는 과거사가 될 수 없다 세월호는 왜 방치하고 있나 청와대 앞에서 찬이슬 맞으며 한뎃잠자며 노숙농성 단식농성을 펼치는 유족들 시민들 4.16 진실버스가 전국을 돌며 호소하는 세월호 참사 7주기까지 진상규명 약속이행 아우성이 쟁쟁하여라 한달 넘도록 곡기를 끊고 문재인정부의 결단을 절절하게 요구하는 생존자의 심정은 어떠랴 오늘 세월호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들이 대법에서 유죄를 받았다 사법적폐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난 판결 어찌 분노치 않으랴 촛불이 타오르지 않을 때 국정농단 무리들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건가 더이상 늦춰서도 더이상 멈춰서도 안될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라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던 참담한 세월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2020.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