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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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뒷산 산길을 오르다가
동네 뒷산 산길을 오르다가 절집 가에 개나리가 피었네 오랫만에 보는 봄꽃이 스쳐 지나간 인연을 떠올려 자못 안쓰러워라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빈집 하나 얻는 것도 인연이 닿아야 성사되는 것 일감도 사랑도 그렇더라 투쟁으로 하루를 열었던 저 80년대 격동의 시절 안정된 직업조차 마다한 채 민주화 혼불을 태웠어라 잠깐 만나고 헤어졌던 이들 돌아보면 인연이었거늘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새삼 안부를 묻고 싶어라
2021.03.14 -
뭘 했냐고 누가 내게 묻거든
뭘 했냐고 누가 내게 묻거든 무학산에 흰눈 쌓인 날 맺힌 빗방울 하나 괜스레 눈물 한방울 같아 편히 눈감지 못하고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식걱정 떠날 날 없던 어미의 한이 내 가슴에 사무치더라 "우리 아들 어찌 살꼬" "돈을 몰라서 큰일이다 장사를 할래도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 한마디도 흘려들었던 해당화 시인은 끝내 복직되지 못했다 민중시를 무기로 사람사는 세상을 위하여 투쟁으로 보냈던 격동의 시절 지나고 지금 돌이켜 보느라면 거침없이 갔던 80년 해직교사의 민주화 한길이더라 나의 분신같은 시집들 생의 흔적으로 남아 후회없는 세월 뉘라서 알아줄까마는 어미의 눈물 한방울 잊을 수 없어 이 산하에 잠들지 못하는 꽃넋들이 애달프구나
2021.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