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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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에 서서 시를 생각하며
교차로에 서서 시를 생각하며 오늘 내가 걷는 이 길도 빨간 불 파란 불이 어김없이 켜지는 날 불황의 골은 깊어만 가고 은행잎들 바람에 지듯 추락하는 사람들 돌아보면 그 얼마인가 절망할 수도 희망할 수도 없이 연명해 가는 서민들 중산층도 없다지 나뭇가지에 남은 잎들마저 흔들리..
2015.11.21 -
또한 빗 속의 사제들과 함께
또한 빗 속의 사제들과 함께 어제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찬비를 맞으며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평화를 빕니다" 서로들 인사나누고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었던 풍경 앞에 난 성호경를 그었다 천주교 사제의 양심으로 물대포를 직사로 쏜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며 "유신부활 절대 안돼!" ..
2015.11.17 -
국민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국민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쏘고 또 쏘는 저 물대포 최루액이 흥건컨만 실신해 도로에 쓰러진 70대 농민에게 줄곧 15초간 직사해 생명이 위태롭다는 속보가 페이스북에 떴어라 기어코 독재정권 폭력경찰이 민중 총궐기를 국민의 목소리를 평화대행진을 무참히 짓밟아 나섰는가 노..
2015.11.14 -
저녁에 양덕천변 길을 걸으며
저녁에 양덕천변 길을 걸으며 옛 한일합섬 그 자리 옆 양덕천을 걷다 보면 기억도 솔솔 되살아오거니 빨간 물 파란 물 어린교 지나 바다로 쉴새없이 흘러들 갔더랬지 섬유공장 고된 노동일에 쏟은 땀방울 눈물이 섞여 마산만으로 안쓰럽도록 스며들었던 지난 시절 잊지는 않았겠지 지금..
2015.11.13 -
나팔꽃 잎새도 붉게 타오르더라
나팔꽃 잎새도 붉게 타오르더라 누가 심었을까 저 나팔꽃 잎사귀에 단풍들었네 우리 처음 만나도 반가운 얼굴인 것처럼 내 눈길을 끄는구나 온산이 타오르는 이 가을에 대출불가 조바심하는 시인의 집 살림이란 어찌 혼자만의 일이랴 불타는 단풍잎도 민중 총궐기의 분노같고 근심걱정 ..
2015.11.11 -
무학산 단풍잎이 다 지기 전에
무학산 단풍잎이 다 지기 전에 앗, 단풍이 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입동이런가 날이 저무는 시간 비안개서린 봉화산 아래 마산 회원구 석전1동 재개발지구 비대위 붉은 깃발이 솟았구나 연이틀 단비가 쏟아져 내려 내 마음은 촉촉하건만 춥고 어두운 계절이 미친 시국마냥 발걸음을 무겁게..
2015.11.08 -
오동동 초승달에 띄우는 내 마음
오동동 초승달에 띄우는 내 마음 밤거리에 오랫동안 서 있다 저 초승달을 만나고 사진 한컷 올려보아라 나라꼴도 경기도 헬조선같아선지 왠지 비수처럼 빛나는가 신부도 기자도 선생도 노동자도 선후배도 밤마실나오는 이곳 오동동 문화의 거리 명자꽃 장사일을 거들다가 인사나누고 ..
2015.11.06 -
붕어빵에 깃들인 옛 추억을 돌아보며
붕어빵에 깃들인 옛 추억을 돌아보며 전선줄 윙윙 울어대던 겨울밤에 언 손을 녹이며 사 먹은 추억의 붕어빵 여기 있구나 누구는 눈물젖은 빵이라 부르건만 우리에겐 정겨운 간식거리 오늘은 오동동 거리에서 만났네 억척스런 삶의 자욱이 배여 있는가 무심코 지나치지 못하고 세마리 ..
2015.11.04 -
그리움 없이 걷는 길이 어디 있으랴
그리움 없이 걷는 길이 어디 있으랴 밤에 보는 저 은행나무 정겹네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는 불종거리 억센 삶들을 지켜주는 듯 맘 든든하여라 옛 마산형무소 표지석 곁에 늦가을 노랗게 물드는 가로수길을 호젓이 걸어가노라면 흘러간 세월이 출렁일까 재판도 없이 학살당한 사람들 아..
2015.11.02 -
그 산은 오래 우리를 기다렸는가
그 산은 오래 우리를 기다렸는가 주말 도시재생 힐링캠프에서 대구시 근대화거리를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고 팔공산에 올랐어라 가을걷이가 끝난 벌판을 지나며 마산에서 달려간 그곳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인 생가도 보고 오래된 계산성당에서 성수찍고 성호경을 그었네..
201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