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길 위에서(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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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훗날 흔적이라도 남겨둬야지
먼훗날 흔적이라도 남겨둬야지 완월동 옛 동네를 지나다 그 집을 찾아보았다 골목길은 그대로건만 지난 날 자취는 재건축 공사로 지워졌구나 빤듯한 건물 틈 사이로 허물어진 채 남은 그곳에 무슨 미련이 남았길래 남모르게 눈길 주는가 가쁜 숨 몰아쉬며 울어머니 돌아가신 방 아직 헐..
2014.01.27 -
찬바람 불 때 꽃피는 그리움이여
찬바람 불 때 꽃피는 그리움이여 임항선 그린웨이를 걷다가 만난 동백꽃 고와라 겨울 속의 봄처럼 내 가슴 설레게 하는가 남도의 바닷가에도 철로가에도 한데 피어난 붉은 댕기같은 애달픈 사랑의 저 꽃 내내 잊지 못할 고향바다를 그리워하며 더디 올지라도 끝끝내 찾아올 희망을 온몸..
2014.01.19 -
오동동에 깃든 추억을 새기며
오동동에 깃든 추억을 새기며 주말 오동동에서 보냈다 중학교 친구를 만나 술 한잔 하고 들른 빛의 거리가 정답구나 김광석의 일어나 일어나가 흘러나오는 이곳 오동추야 달이 밝아 내 고향 마산 마산 노래가 소리길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나의 휴식처 황토군고구마도 붕어빵도 사 먹고 ..
2014.01.11 -
새해에 띄우는 나의 소망 하나
새해에 띄우는 나의 소망 하나 오늘은 겨울비가 내렸지 저 갈색잎을 보면 왠지 최전방이 생각나 철조망을 앞에 두고 초병을 섰던 내 젊은 날이 떠올라 그때로부터 36년이 흘렀어도 실전대비 훈련이 새해 벽두부터 계속된다지 국지전도 전면전도 한겨레는 원하지 않건만 남북산야에 흐르..
2014.01.08 -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 새해 벽두에 우리가 갑오년 소망을 기원하며 해돋이를 할 때 슬픈 소식을 들었네 40세 한 시민의 비보 제 한몸을 불살라 그토록 절절히 갈망했던 염원이란 무엇이었나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국민의 소리였네 ..
2014.01.03 -
한 해를 떠나보내는 내 마음
한 해를 떠나보내는 내 마음 이렇게 해넘이를 맞는가 내 13번째 시집도 긴급조치 9호 재심도 성당 영세도 갑오년 새날에 빛을 보게 되겠구나 기다림이 무언지 이제 알 것 같은 오늘 한기도는 방 시린 추위처럼 내 가슴에 와 닿네 올 겨울을' 무난히 넘겨야 다시 반전의 기회가 찾아올 것인..
2013.12.30 -
길 위의 신자로 서고 싶은 밤
길 위의 신자로 서고 싶은 밤 성탄전야 거룩한 밤에 나는 성당에서 미사를 함께 드렸다 말구유에서 빛으로 오신 아기예수를 경배하며 보냈다 평화도 자비도 이름뿐인 이 산하 오늘만큼은 전국에서 울려퍼진 간절한 기도와 찬송가를 바치며 낮은 곳으로 임하신 그 뜻을 묵상하며 지냈다 ..
2013.12.25 -
겨울 담쟁이열매 앞에서
겨울 담쟁이열매 앞에서 산다 내년을 기다려 하트모양 담쟁이잎을 피울 가을이 오기까지 머루를 닮은 담쟁이열매로 남아 이 겨울을 산다 악착스레 벽돌담에 부대껴 언젠가 찾아오고야 말 희망을 꿈꾼다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들 많아도 마지막 잎새처럼 눈물겹게 남은 자줏빛 열매 앞에..
2013.12.23 -
밤거리에 눈은 내리고
밤거리에 눈은 내리고 눈발이 날린다 지난 시절 아픔을 일깨우는 듯 아우성치며 쏟아지는 저 눈 한밤중 거리에 내 입술에 차갑게 와 닿아 옛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는가 박근혜 정부 1년 이 땅 사람들은 뭇 생명은 민주주의는 안녕들 한가 성난 촛불들이 광장을 가득 메워도 응답없는 오..
2013.12.20 -
강물이 바다가 될 때까지
강물이 바다가 될 때까지 어디쯤 왔는가 잠시 멈춰 저 별에 물어볼까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내가 갈 길을 머리 속에 그려보아라 시인에겐 하얀 밤 지새우며 시를 쓸 때가 행복했네 무소유 삶으로 한 10년 내다보고 살까 첫 마음을 간직한 채로 강물처럼 흘러가야지 세상을 바꾸자 외쳐부..
2013.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