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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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이등병의 죽음 앞에서
최전방 이등병의 죽음 앞에서 갈색잎들 쌓인 깊은 산 속 강원도 최전방 초소에서 이등병이 총상으로 숨졌다 "나라를 지키러 갔다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던 부모들 절규가 아직 생생한데 또 다시 비극이 터지다니 분단병에 속절없이 죽어간 병사들 그 얼마이던가 징병제 대신 모병제를 하든지 뉴스에 뜨던 가혹행위 괴롭힘 비관 극단선택일까 소중한 아들 딸들이 병영에서 전시도 아닌데 어찌하여 의문사로 돌아와야 하는가 시대 흐름에 맞추는 민주적인 병영문화는 선전용이었는가 "원인 미상의 총상"으로 가족에게 날아든 슬픈 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아라 총부리 맞댄 최전방 초소엔 이 밤도 칼바람만 부는가
2022.11.29 -
화물차는 왜 물류를 멈췄는가
화물차는 왜 물류를 멈췄는가 한파가 닥친 일요일 새벽녘 가포신항도 멈췄다 안전운임제를 멈추면 대한민국의 물류가 멈추거늘 합의를 어긴 정부 여당 민생경제는 자본 편일 뿐 불법 운운 업무개시명령 발동 엄포만 때리는구나 기름값 폭등 물가 폭등에 벼랑 끝에 내몰린 화물노동자 국민안전 노동자 권리를 찾기 위하여 나선 길 총파업의 깃발을 올렸어라 강대강 대결의 시간 긴장된 농성장 바리케이트 경찰 병력도 대기 중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울려퍼지던 파업가에 사무친 노랫말이 비장하여라 더 이상 죽음과 고통을 연료로 화물차를 움직일 수 없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절박한 외침을 새겨 들으라
2022.11.27 -
도시빈민을 더이상 죽이지 말라
도시빈민을 더이상 죽이지 말라 도시의 그늘 비극은 계속된다 오늘은 서울 신촌에서 허울뿐인 복지 사각지대 발굴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쌀 2인분 믹스커피가 전부였던 원룸에선 세금고지서만 쌓여 우리를 울리는구나 뒷북치는 위기가구 대책마저 소용없이 죽어간 어머니와 딸의 비보를 접하고 국가의 존재이유를 묻는다 도시빈민 가난한 사람들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 억울한 죽음은 되풀이된다 송파 세 모녀랑 수원 세 모녀랑 슬픈 소식이 엊그제인데 또다시 뉴스 자막에 흐르는 서대문구 모녀의 죽음 내일은 어디에서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떠날 일가족이 생길지 몰라 생계마저 단속받는 노점상들 빚내서 버티는 소상공인들 병들고 돌봐줄 이 없는 노인들 돌봄도 버림받는 장애인들 일자리잃은 청년들 노동자들 벼랑 끝에 선 삶들을 더이상 방치하..
2022.11.25 -
동네 김장하는 날 풍경 하나
동네 김장하는 날 풍경 하나 새벽길에 비는 내리고 계절은 겨울이건만 우리집 김장은 언제쯤 할까 저쪽 윗동네는 한데 어울려 김장나눔 행사도 열었다는데 이제 겨울나기 채비를 서두를 때가 됐지 낮엔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틈틈이 동네청소랑 궂은 일 마다않는 아줌마 노동의 땀방울이 빛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하여 뚜벅뚜벅 한길을 가는 진보당 일꾼 한 사람 소중히 다가오는 오늘이어라 코로나 독감 유행에 조류독감에 돼지열병에다 월급빼고 다 오른 3고시대 물가고까지 겹쳐 힘들어질 올겨울 나무들도 잎들 떨구며 노동의 대지에 뿌리내리고 새봄을 기다리련만 8시간 노동 저녁이 있는 삶도 정치가 있는 삶도 없이 한파와 맞닥뜨리는 사람들 그늘진 이웃들의 삶을 과연 누가 책임지겠는가 김장나눔 저 손길이 희망을 밝히는 촛불이었으면 ..
2022.11.23 -
이 산하에 산국은 피었는데
이 산하에 산국은 피었는데 서릿발 맞으며 피는 꽃 지리산 숲속에서 만난 산국 통일의 꽃넋인 듯 애처롭게도 피었구나 갈라진 산천의 상처꽃들 통곡의 세월을 내게 일깨워 주는가 한국전쟁 이후 69년이 흘러 이제 핵에는 핵으로 강대 강 대결을 선언하는 북한의 화성-17 ICBM 발사장면을 보면서 죽음의 백조가 재출격하는 한반도의 살풍경이 자칫 핵 전쟁터가 될까 봐 불안한 시국이어라 혹독한 겨울은 시작되었는가 겨레의 운명이 걸린 위태로운 정세 앞에서 평화의 길은 멀기만 한가 이 산하에 산국은 피었는데 내 마음의 봄날은 언제 올지 기약없어라
2022.11.19 -
중앙대로 만추의 낙엽 밟으며
중앙대로 만추의 낙엽 밟으며 시인의 건강을 걱정해 주며 카톡을 보내온 이도 있고 울산 상영 독립영화를 보라고 안부를 전하는 이도 있어 만추의 낙엽을 밟고 가는 내 발걸음은 가벼워라 돌아보면 이 길은 마창지역 어느 곳이든 투쟁의 추억이 살아 외롭지 않은 길이어라 부마에서 광주로 유월에서 칠월 팔월로 명박근혜에서 촛불로 타올랐던 거리거리 돈을 모른다는 부모 말처럼 집도 땅도 머물다 갈 뿐 하얗게 밤을 지새워 써 내려간 시편들만 남고 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남모르게 인생정리를 하며 막바지 시집을 준비하는 해당화 시인의 심사는 자못 비장하기도 하건만 뉘 있어 알아주려나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지인들 부고장을 접하던 슬픔 아직 가슴에 맺혀 있거늘 앞으로 10년쯤 보고 올 한해 못 다한 일 챙겨라
2022.11.18 -
한 여성농민의 숨가쁜 가을에
한 여성농민의 숨가쁜 가을에 아이 셋을 키운다는 여성농민 숨가쁜 그녀의 가을은 일용할 양식도 잘 말려서 방아를 찧어야겠고 고추 무청 감말랭이도 손보랴 분주한 나날이어라 어느새 50대 나이가 되어 몸은 예전같지 않아도 시민사회단체 일이랑 농장일이랑 농민회 일이랑 진보당 모임이랑 두루 챙기며 생활한다니 팍팍한 우리농업 농촌 살림을 일궈가는 땅의 사람들 있어 땀방울이여 진정 값져라 찬바람 부는 새벽길에 수확철 일손들 잠시 놓고 오늘은 농민대회 함께 가야지 쌀값마저 보장 못받는 나라 농사지어 빚지는 슬픈 땅 숱한 농민열사들이 못다 이룬 농민해방 그날을 위하여 농민가는 울려퍼지고 아스팔트농사는 뜨거워라
2022.11.16 -
늦가을 비내리는 거리에서
늦가을 비내리는 거리에서 늦가을 긴 가뭄 끝에 비는 내리고 옛 마산형무소 자리엔 노란 은행잎들 세월처럼 쌓였구나 노동자대회에선 윤석열 퇴진 구호가 터져 나왔다지 쿠데타를 상기시키는 역사 후퇴 조짐들 교과서에서도 민주시민 교육을 뺀 통제가 시작됐지 권불십년 아니라 5년 그것도 1년 후면 항쟁은 더 무서울테지 탄핵촛불에 중고생이 합류하고 노동자 민중이 이대로 살 수 없다고 아우성치는 이 땅 저 길거리의 은행잎들이 떠날 때가 됐다고 소리치는 풍경이구나 가뭄 해갈하듯 이 산하를 적셔주는 함께 맞는 비여 내려라
2022.11.13 -
윤석열차는 공안몰이로 달리고
윤석열차는 공안몰이로 달리고 다시 다시는 오지 않기를 그리도 소망했건만 웬 공작정치 정치보복 공안탄압을 일삼는 저 오만한 권력을 어찌하랴 민심의 광장에 타오르는 탄핵촛불 목소리 국민의 명령을 거부하고 세월호도 이태원도 평화협정도 외면해 버리는 무능한 윤석열 정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진보 통일인사들을 이제 색깔론으로 몰아부치며 트집잡는다니 지지율 만회책인가 3중 위기 돌파구인가 존재하지도 않은 시나리오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때 날뛴 독재의 망령이 한반도 통일염원을 옥죄고 민주주의를 가두자는가 정국이 혼란스러울 때면 터져 나오는 공안사건 낡은 국가보안법을 들고 압수수색 체포한단 말인가 다시 다시는 용납치 말라
2022.11.09 -
판화 한점에 깃든 추억을 부르며
판화 한점에 깃든 추억을 부르며 이철수의 나뭇잎편지를 읽으며 저 80년대 판화가 생각나 홍성담의 오월이야기 달력을 난 마산에서 보급했더랬지 빛고을 항쟁에 참여했던 젊은 날 섬마을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 이오덕 선생의 책 열독했던 그날처럼 판화를 무척 사랑했더랬다 창원대 강연에서 만난 신영복 선생의 서화 글씨체를 접하곤 하던 기쁜 날도 세월 속에 추억만 남았는가 오늘은 이철수 선생의 목판화가 헛헛한 내 가슴을 채워주는가 뜨거웠던 민중문화운동 탈춤 판소리 판화 민노래에 열정을 태웠던 격동기 광주항쟁의 불길 속에서 탄생한 민중의 문화예술은 빛나라 늘 고맙게 읽고 있지만 나뭇잎편지에 답장 한번 못보낸 해당화 시인이 인사드린다
2022.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