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게 말을 걸다> 블로그북 시집 서평^^

2011. 4. 22. 05:05시에게 말을 걸다/시에게 말을 걸다

 

 

 

제비꽃 편지 http://blog.daum.net/ley9029

 

 

 

 

해당화님의 블로그북 <시에게 말을 걸다> 에 대한 생각


 

 


겨울에서 봄까지 희망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길을 걸어오셨지요?

‘눈보라치는 석전동’에서 ‘텃밭 하나 가꾸고 싶은 봄’까지 그리 긴 기간은 아니었습니다.

두 달 동안 마흔여덟 편을 쓰셨네요.

거의 날마다 쓰셨다고 봐야겠지요.

그렇게 날마다 하루를 25시간으로 지내며 밤을 낮처럼 밝히셨네요.

 


추우면 따뜻한 아랫목이 그립고, 배고프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피곤하면 어디 다리 쭉 펴고 쉴 곳 없을까 찾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갖는 생각일 텐데요.

해당화님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시를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거기 시인이 말을 합니다.

‘따스한 온돌방 / 오랜만이고 / 더운 물 / 얼마만이더냐’ (진영에서 하룻밤 묵다)

조금만 편하고자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으련만 일부러 고난의 길을 택하고,

민중의 설움이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겪으며 걸어야 하는 것이 시인의 길인 것처럼.

끼니조차 거르기 다반사로 ‘출출한 날 / 함께 / 먹었던 / 국밥 한 그릇......

끼니 거르던 / 시인에게 / 작은 힘주니 / 고맙다’(‘국밥 한 그릇’)시며 밥상조차도

소박한 민중의 밥상, 국밥 한 그릇이시네요.


노동자의 투쟁이 있는 곳이나 서민 삶의 아픔이 있는 데나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 찾아다니며

단지 취재만 하시는 게 아니라 함께 느끼고 투쟁에 동참하는 열정은 또 얼마나 큰지요.

스스로 몸을 돌보지 않으셨던 듯, 봄이 오니 몸도 많이 안 좋으시니

다닐 곳 오죽 많은 몸이 참 얼마나 답답하고 힘드셨을까.. ‘저 까치처럼 날고 싶은 봄’인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성한 데가 없어 / 몸살림 신호...’를 느끼게 되신 거지요.

건강하셔야 더 부지런히 푸른바다 넘실대는 ‘내 고장 마산’을 구석구석 누비며 취재도 하고,

서민의 심장을 뛰게 하는 좋은 글도 더 많이 쓰실 수 있을 텐데요.


‘해당화’라는 이름처럼 바닷가가 고향이고, 바다와 늘 함께 하셔서인지

‘바다에 부치는 편지’는 더욱 심금을 울립니다.

 

‘내 고장 마산에는 / 푸른 바다가 / 파도치고 있지 /

갈매기들 노닐고 / 숭어떼 찾아 / 낚시질도 하네 /

 밀물 때 물결치면 / 내 마음까지 / 적셔주는 바다 /

울 어머니 뼛가루 / 고이 뿌려진 / 넉넉한 품이여 /

오염되고 매립돼 / 안쓰러워도 / 끈질기게 살아 /

내 고장 항구도시 / 마산을 지켜 / 오래 푸르거라.’ 

 

사진 한 장 없더라도 이 시를 읽노라면 마산의 푸른 바다가

마음을 적셔주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이 듭니다.

4대강 삽질로 이미 파헤쳐지고 난도질당하는 우리 땅, 우리 산과 강, 바다가

안쓰럽다 못해 통곡을 하고 싶은 심정인 것을 시인의 마음에서 더 깊이 느끼게 합니다.


철거로 인해 죽은 노점상 할머니 생각에 잠을 못 이루고,

학벌사회 속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어린 학생으로 인해 또 잠을 설치고,

온갖 세상 힘겨운 일에 맞서느라 돌보지 못한 몸을 잘 추스르셔서

멋진 블로그 명함을 들고 봄기운 무르익는 고장을 마음껏 누비실 그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셨듯이 꽃처럼 새봄처럼 일어나셔야 할 텐데요.


몸을 낮추고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볼 수 있는 제비꽃에 대한 세심함과

손수 텃밭을 가꾸어 상추며 고추, 취나물 같은 남새를 키워보려는

해당화님의 소박하고 깨끗한 마음이 가득하네요.

 

바닷가에 피어 푸른 물빛과 어우러진 붉은 꽃처럼 강렬하며

밤낮없이 몰아치는 바닷바람을 견뎌내는 단단한 생명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속내에 여린 잎을 간직한 해당화!

그 이름과 참 많이도 닮아있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이 언제나 현실에서 자본과 권력의 횡포에 분노하고,

나아가서는 사회변혁운동에 닿아 있습니다.

투쟁 현장에서 울리는 북소리처럼 심장을 뛰게 하지요.

제비꽃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많이 가지신 분이라서 보고 배우며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해당화님의 열두 번째 시집이 블로그북으로 출간되었으니

블로그 이웃이며, 블로그를 통해 소중한 인연을 맺은 기념으로 자진하여

시집의 서평을 부끄러이 내밀어봅니다.

뭐... 서평이라고 까지 할 것도 없지요. 그냥 제 작은 생각을 조심스레 적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해당화님의 시 중에서는 좀 더 서정적인 느낌이 묻어있는 시들을 더 좋아합니다.


쓰다보니 밤을 새우게 되었군요.

창 밖으로 청소차가 지나갑니다.

봄비가 내리네요, 조용히...

 

열두 번째 시집이 봄날 새싹처럼

세상에 푸른 발걸음을 시작하듯

해당화님도 싱싱하게 어서 일어서시길...

 

 



봄비내리는 새벽에 제비꽃이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2011년 4월 22일